N포 세대의 서글픈 비혼 재테크…단편적 결혼·출산 정책 아닌 폭넓은 대책 필요

입력 2019-05-08 17:12:47 수정 2019-05-08 18:51:17

경기도 한 반도체 제조 하청업체에 취업한 A(28) 씨는 결혼을 꿈꿨던 여자에게 버림받은 뒤 비자발적인 비혼을 선택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다 결혼 비용까지 감안하면 도저히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

A씨는 "대구에 계신 부모님 생활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여자친구도 알고 있다 보니 결국 헤어지자고 하더라"며 "내 형편에 어떤 여자를 만나도 결혼은 힘들 것 같아 아예 혼자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젠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층 사이에는 혼기가 차면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전통적 결혼관에 반기를 들고 개인적인 삶과 경제적 여유를 갖고자 하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다. 결국 이는 1인 가구 및 비혼 가구의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자발적 선택이든 아니든 결혼에 드는 비용을 남겨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이른바 '비혼 재테크'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8년 대구의 혼인건수는 1만967건으로, 전년 대비 3.7%(425건) 감소했으며 2012년 이후 7년 연속 감소 추세다.

반면 1인 가구와 미혼 가구는 증가 추세다. 5년마다 진행되는 대구사회조사종합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대구의 미혼 가구가 11만9천가구에서 2020년 13만6천가구, 2025년에는 15만1천가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30 세대들이 결혼 대신 취미활동이나 자기계발, 여행 등 개인 삶을 즐기겠다는 경향이 뚜렷한 탓도 있지만, 결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도저히 해결할 길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7월 대구지역 20~40대 기혼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5.9%가 결혼비용이 부담됐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주택 마련(36.9%)이 가장 부담됐고 이어 신혼살림(25.0%), 예물·예단(18.7%), 결혼식(10.0%) 순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이라는 인생에서 당연히 거치는 것으로 여겨졌던 과정이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라며 "정부가 단순히 저출산, 인구감소 등 1차원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2030 세대의 트렌드 변화를 분석하고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결혼·출산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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