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요절한 시인 이장희는 다섯 살 때 여읜 어머니 생각에 사무쳤다. 대구의 친일파 부자인 이병학을 남편으로 둔 어머니 박금련을 그리는 절절한 마음은 '어머니 어머니라고/ 어린 마음으로 가만히 부르고 싶은'으로 시작되는 그의 시 '청천(靑天)의 유방'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두 명의 계모 자녀까지 모두 21남매의 셋째였던 그는 시로써 보고 싶고, 부르고 싶은 그리운 어머니를 떠올렸다. 또 아버지의 무관심과 4남매를 남기고 일찍 떠난 탓에 미처 호적에도 오르지 못한 생모 이름을, 계모 박강자를 밀어내고 바로잡아 올리는 일, 즉 어머니의 당당한 자리 찾아 주기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채웠다.
시인 윤동주에게도 어머니는 그리움이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을 보며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를 떠올렸으니 말이다. 시 '별 헤는 밤'에서 윤동주가 그리운 어머니를, 이장희가 '푸른 하늘'을 보며 어머니의 '불룩한 유방이 달려 있'는 것을 본 까닭은 어찌할 수 없는 간절함 때문이었으리라.
어머니를 먼저 떠올릴 가정의 달, 5월이나 우울하다. 노인 학대 증가가 그렇다. 2008년 3천897건이 10년 만인 2017년 7천287건으로 배쯤 불었다. 학대 장소가 대부분 가정(89.3%)이라니 놀랍다. 가해자 역시 네 명 가운데 한 명꼴(26.3%)로 아들이라니 부모 여읜 사람에겐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런 즈음에 지난달 경북 영천의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보티미디엔이 오랜 세월 앓고 있는 시부모를 보살피고 살림을 맡는 등 효행(孝行)으로 대구의 (재)보화원이 주는 60년 넘는 역사의 권위 있는 '보화상'을 받은 소식은 돋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멀리 낯선 이국땅으로 시집온 여성의 아름다운 행적은 기릴 만하다.
인도에서 건너온 허황옥이 가야국 김수로왕과 부부 인연을 맺은 뒤, 허 황후를 따라 뿌리내린 신하(신보)의 딸(모정)이 다시 수로왕 아들(거등왕)과 부부가 된 이후 다문화가정은 이제 한국 가정의 든든한 한 축이 됐으니 어쩌면 이번 일은 마땅한지도 모를 일이다.
가정의 달 5월에 돋보인 올해의 보화상 수상을 한 주인공에게 뒤늦게나마 축하를 보낸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