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연극배우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생각이 짙어지는 요즈음 어느 때보다도 부모님께 죄송하고 감사함이 넘친다. 아직 짧은 인생의 절반정도를 학창시절로 보내면서 겪었던 사춘기와 반항, 제멋대로 굴던 과거의 나에게 '부모님'과 '가족'이란 존재는 그리 소중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의 인생을 걷기 시작하면서 뜻밖에도 이 일을 통해 나는 부모님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맞게 된다.
2013년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공연하였던 '비 내리는 고모령'이라는 작품은 부모님의 존재에 대해 새롭게 각성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동영'과 '연홍'이라는 두 남매가 출세를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고된 일을 하며 살아오지만,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동영'은 법적 처벌을 받게 되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죽게 되는 이야기이다. 극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을 보며 '동영'과 '연홍'이 건네는 마지막 인사다. 아래는 극중 장면의 대사이다.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출세를 하면 얼마나 할 것이며 돈을 벌면 얼마나 번다고…. 모두 저 때문입니다. 함께 모여 살아야 그게 가족인데 헤어져서 행복한 가족은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돌아오셔서 다리가 부러지도록 종아리를 때려주이소. 제가 잘못했다고 야단을 쳐 주이소. 이게 꿈이라고 생시가 아니라고 말해주이소. 꿈에서 깰 때 까지 또 때리고 또 때려 주이소. 어머니."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머니의 부재에 대해 '동영'으로서 상상하며 연기해 왔지만 마지막 공연 당시 실제로 친할머니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위 장면 속 동영의 감정에 대해 실체적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공연으로 인해 다가오는 임종을 지켜볼 수 없었던 나는 그동안 할머니를 종종 찾아뵙지 않았던 것과 평소 자주 안부전화를 드리지 않았던 죄송한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나는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관객에게 전하는 작품 속 대사는 할머니께 전하는 나의 마지막 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의 막이 내린 후 나에게 동영은 부모님의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만들어주었다. 20대 후반의 나는 부모님의 존재가 늘 그 자리에 머무는 분들 일거라 생각하며 살았었다. 그러나 작품 속 인물이 겪는 부모님의 죽음과 그에 따른 감정을 연기하는 것은 실제와도 같은 간접경험으로 작용하였다. 부모는 늙어가며 영원불멸하지 않는다는 자연의 흐름을 모른 척 하며 살던 날들과 달리 공연 이후 부모님의 부재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오늘은 어버이날(5월 8일)이다. 이제는 건강히 계시는 부모님의 존재만으로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무탈하시기를 바란다. 김동훈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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