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12.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입력 2019-05-08 11:33:08 수정 2019-05-09 16:06:18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향림도시농업체험원(서울시 은평구 연서로)은 텃밭과 시골풍경, 다양한 도시농업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도심 속 농촌이다. 바로 옆에 은평경찰서와 주택들이 늘어서 있고, 주택가 골목을 빠져나가면 곧 자동차가 달리는 대로로 이어진다.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중앙부. 멀리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이고, 오른쪽 그늘막 아래에는 아이들과 함께 도시농업체험원으로 놀러 나온 엄마들 모습이 보인다.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중앙부. 멀리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이고, 오른쪽 그늘막 아래에는 아이들과 함께 도시농업체험원으로 놀러 나온 엄마들 모습이 보인다.

향림 도시농업체험원은 2015년 서울시가 기존 향림 근린공원 일부를 할애해 2만4천㎡(약7천300평)규모의 도시농업체험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서울시 최초의 도시농업체험원으로 은평구가 관리를 맡으며, 입찰을 통해 민간단체 'S&Y 도동나눔(대표 문대상)'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대구의 범어공원 같은 도심 속 평범한 숲 공원의 일부를 도시농업체험원으로 조성했다고 보면 된다. 도시민들에게 농업의 가치를 알게 하고 도시농업을 통해 시민들이 교류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 시민·학생·농부 등 연 45만 명 방문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는 연간 45만명이 방문한다.

기자가 체험원을 방문한 날은 평일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온 5,6세 어린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뛰어다녔고, 연인들은 손을 잡고 체험원 거닐며 데이트를 즐겼다. 70대 할머니들은 보자기나 바구니를 한 개씩을 허리춤에 끼고 공원 이곳저곳 서너 명씩 둘러앉아 봄나물을 뜯고 있었다.

육묘장에서는 각종 채소 모종을 기르고 있었고, 아담하고 예쁘게 꾸며놓은 농기구방과 지렁이집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 충분했다. 체험원 한쪽 비탈면에 다랑논처럼 층층으로 조성한 텃밭에서는 시민들이 봄 모종을 심거나 밭을 매는 중이었다. 완만한 비탈면을 활용해 만든 다랑논형 텃밭은 각각 10㎡(3평) 안팎으로 약 200개가 조성돼 있다.

◇ 도심에서 어른·아이들 직접 벼농사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중앙에 위치한 무논(토종 논학교). 시민들이 직접 모를 심고, 벼를 베고 탈곡까지 체험한다. 어린이를 위한 상자형 논도 마련돼 있다.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중앙에 위치한 무논(토종 논학교). 시민들이 직접 모를 심고, 벼를 베고 탈곡까지 체험한다. 어린이를 위한 상자형 논도 마련돼 있다.

도시농업체험원 중앙에 위치한 무논(토종 논학교)은 써레질을 마친 상태였는데, 시민들이 참여하는 모내기가 곧 시작될 참이라고 했다. 이 토종 논학교에서는 토종벼의 한살이를 이론으로 배우고, 모판(못자리)에서 싹을 틔운 모를 손으로 심고, 여름내 키워 가을에는 낫으로 벼를 베고, 탈곡까지 시민들이 직접 한다. (논에 발이 빠져 넘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어린이를 위한 상자형 논이 무논 옆에 따로 마련돼 있었다.

텃밭개장식을 겸한 봄 축제에서는 개장식을 알리는 길놀이(사물놀이), 온가족이 함께 몸을 푸는 텃밭체조, 채소비빔밥, 멸치주먹밥, 채소전 등 먹을거리 나눔행사도 펼쳐진다.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는 농사와 전통을 주제로 한 시민축제로 ▷텃밭개장식 ▷단오날(창포물에 머리감기) ▷벼 베고 탈곡하는 날 ▷김장나눔잔치 등이 있다. 그야말로 다양한 나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각자 적성과 취미와 계절에 맞게 농촌과 자연을 즐긴다. 방문한 당일 마주치지는 못했지만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 텃밭뿐만 아니라 다양한 농업 체험

향림도시농업체험원은 그 자체로 도시농업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인데다가 여러 형태의 농사 콘텐츠와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 해설이 있는 일일도시농부 체험 ▷계절텃밭밥상 ▷도시농부 아카데미 ▷도시양봉학교 ▷토종 논학교 ▷버섯학교 ▷어린이농부학교 ▷토요방과후학교 ▷달팽이학교(장애인 원예복지) 등을 비롯해 다양한 축제(개장식, 모내기, 벼베기, 김장)와 자연보호와 환경개선을 위한 봉사활동 프로그램, 직장인 및 학부모 연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향림도시농업 체험원 운영주체는 'S&Y 도동나눔'이지만, 각 전문 분야는 또 그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공간 조성하자 프로그램 쑥쑥 생겨나

서울시 은평구가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수탁운영 단체에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1억 원이 채 안 된다. 그럼에도 수탁운영단체 'S&Y 도동나눔'가 이처럼 풍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각종 공모사업에 선정되기 때문이다.

향림도시농업체험원 내 농기구 전시장. 뒤쪽에 보이는 목조 건물은 지렁이 방이다.
향림도시농업체험원 내 농기구 전시장. 뒤쪽에 보이는 목조 건물은 지렁이 방이다.

2019년 현재 향림도시농업체험원이 공모사업을 통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8개로, 예산은 2억 원에 육박한다. 도시농업체험원이라는 훌륭한 하드웨어가 도심에 존재하는 덕분에 이처럼 다양하고 전문적인 공모사업을 따낼 수 있고, 시민들의 열성적인 참여도 얻을 수 있다.

물론 'S&Y 도동나눔' 회원들의 열정과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S&Y 도동나눔' 회원들은 도시농업을 통해 공동체를 가꾸자는 취지로 모인 퇴직자들과 청년들의 연합단체로 대부분 자원봉사에 가까운 형태로 활동한다. 모두 도시농업을 좋아하고, 도시농업을 통해 세상을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가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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