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은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이다. 매일신문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1일 대구에서 가장 큰 절의 큰스님인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을 만나 1시간 넘게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효광 스님은 인터뷰 내내 차분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법어로 세상의 중생을 일깨웠다. 효광 스님은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각자 마음의 공부를 통한 자기성찰을 하라는 화두를 던졌다.
"세상의 천리 만리가 가장 먼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한 몸에 있는 인간의 머리에서 손발까지가 가장 먼 것 같다. 머리에서 생각만 하고 손발로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 있는 삶이 되겠느냐." 효광 스님은 생각에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의 미덕을 설파했다.
이어 효광 스님은 "자기가 손해보는 듯한 삶이 남에게는 좋고, 그렇게 살면 결국 나의 삶도 풍요러워질 수 있다"면서 "자신의 마음을 내려 놓고 남과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삶은 인문학적 사고로 형성되고 그것의 완성은 불교적 사유로 가능하다고 했다.
◆어리석음 깨닫게 하는 마음의 공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사회 지도자가 명심해야할 뼈아픈 경구다. 세상 사람들과 함께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효광 스님은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우리가 느끼는 불(火)은 홀로 피어날 수 없지요. 태양과 돋보기, 마른 쑥이 있다고 봅시다. 태양만 있다고 불이 피어나지 않지요. 그렇다고 돋보기만 있다고 불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마른 쑥에 그냥 불이 붙을 일도 없고요. 태양, 돋보기, 마른 쑥이 함께 합심할 때 불이 피어날 수 있지요." 권력, 돈, 명예 등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인연을 가질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욕심으로 가득찬 인간은 파멸을 자초한다. 효광 스님은 인도 원숭이 잡는 방법에 비유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무거운 통 안에 원숭이 앞발이 들어갈 수 있는 조그만 구멍을 뚫고 그 통안에 볶은 땅콩을 넣어 놓아요. 원숭이는 앞발을 넣어 땅콩을 한줌 움켜쥔 채 앞발을 빼려하지만 빠지지 않아요. 그때 몽둥이로 원숭이를 때려잡으면 되지요." 원숭이는 땅콩을 놓지 못하는 욕심 때문에 결국 잡히고 만다는 것이다.
또 효광 스님은 주나라 문왕이 천하를 움켜진 일화도 전했다. 문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흰수염을 한 강태공을 만난다. 문왕이 "어떻게 하면 천하를 도모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강태공은 "천하는 이익을 만인에게 나눠주면 내게 돌아옵니다"고 답했다. 나눔의 실천이 중요함을 설파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위대한 정신 품은 팔공산
팔공산은 민족의 영산이자 한반도의 장자산이다. 신라 5악 중 중악(中岳)인 팔공산은 통일신라 1천년의 기운이 태동한 곳이다. 효광 스님은 "팔공산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대구를 감싼 봉황의 형태를 하고 있다"며 "대구경북 시도민의 위대한 정신을 품은 명산 중의 명산"이라고 했다. 신라 때는 통일 대업의 구심점, 고려 때는 왕건의 활약 장소, 조선 때는 사명대사의 애국심이 숨쉬고 있다. 또 팔공산은 원효 스님, 설총 스님 등 큰스님들이 수행을 했던 곳이다.
효광 스님은 "이제 팔공산에 깃든 대구경북의 위대한 DNA를 다시 꺼집어 내야한다"며 "대구경북이 미래의 한반도 통일을 이뤄내는 데 역사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팔공산 정상의 이름은 비로봉이다. 일각에서는 비로봉을 천왕봉으로 바꾸자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효광 스님은 "비로봉은 대동세계, 비로세계라는 의미를 품은 중요한 봉우리다"며 "봉우리 이름을 바꾸자는 것은 금덩이를 팔아 돌덩이를 사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경계했다. 이어 효광 스님은 "천제단이 있는 비로봉에 설치된 안테나 등 철탑은 팔공산의 정기를 차단하고 있다"며 "흉물스런 철탑을 하루빨리 제거해 봉우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숲속 수행, 명상, 힐링의 명소 동화사
동화사는 지난해 팔공선문 터널쪽에 생태복원 사업을 마쳤다. 작은 호수 둘레로 한바퀴 돌 수 있는 데크로드를 조성했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즐기려고 많이 찾고 있다. 팔공선문 터널도 완공돼 차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 친환경 터널 위에는 고라니, 멧돼지, 토끼 등 동물들이 이동할 수 있는 생태통로도 만들어졌다.
효광 스님은 "동화사는 팔공산 숲 깊은 곳에 자리해 있어 손만 뻗어도 숲이고 한 걸음 공간만 움직여도 숲이다"며 "불자나 관광객이 숲속 산책을 즐기며 힐링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했다. 동화사는 명품 옛길 복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봉황문~염불암, 봉황문~대웅전, 북지장사~인봉~동화사 등 코스다. 옛길을 따라 꽃과 수목을 심는 등 길 가꾸기를 하고 있다.
동화사는 진영, 탱화 등 보물이 전국 사찰 중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효광 스님은 "보물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격고 있다"며 "팔공산이 가진 역사성과 인문학적 문화가 공존하는 숙원사업인 박물관 건립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동화사의 템플스테이 또한 자랑거리다. 국내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불교체험이 가능한 여건을 갖춘 드문 사찰이다. 효광 스님은 "팔공산은 접근성이 좋고 자연환경이 매우 아름답다"며 "명상과 참선을 하는 국제선센터 건립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마음愛 자비를! 세상愛 평화를!
올해 부처님오신날의 모토는 '마음愛 자비를! 세상愛 평화를!'이다. 효광 스님은 부처님이 설파한 자비의 진정한 의미를 설명했다.
자비에는 전인적 인간의 바탕이 되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이 있다. 사무량심은 자(慈), 비(悲), 희(喜), 사(捨)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줄여 자비라 부른다. 자(慈)는 남을 진실한 동반자로 여기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비(悲)는 남이 괴롭고 힘들 때 괴로움과 힘듦을 들어주는 것이다. 희(喜)는 남이 기뻐할 때 기뻐해주는 것을 말한다. 사촌이 논을 사면 기뻐해주는 것은 당연하고 원수가 논을 사도 기뻐해줄 수 있는 마음이라 한다. 사(捨)는 네 가지 무량심 중 가장 힘든 것이다. 항상 마음의 기복 없이 동요하지 않고 태산처럼 사해처럼 움직이지 않는 마음이다. 사(捨)는 마음공부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경지다.
"속지 말고 살라." 효광 스님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지역민에게 법어를 남겼다. 우리는 남에게 손톱 만큼 속아도 분기탱천하지만 자기 자신한테는 태산만큼 속아도 속은 줄 모르고 있다. 자신에게 속지 않으면 결코 남에게도 속지 않는다. 속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한 수행과 성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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