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한만 축소" 반발에…경찰 "사후통제 충분"

입력 2019-05-02 18:58:02

2일 오후 대구 중부경찰서 현관에
2일 오후 대구 중부경찰서 현관에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혜택은 시민에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담긴 수사권 조정법안은 지금까지 검찰이 독점하던 수사권·수사지휘권·영장청구권·기소권 가운데 직접수사권을 다소 제한하고, 수사지휘권은 폐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신 검찰에는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과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시정조치 요구권을 부여하고,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불응할 때 직무에서 배제하거나 징계를 요구할 권한이 주어진다.

◆사정기관 간 '극한 갈등'… 쟁점은?

이번 문무일 검찰총장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재점화된 검·경 갈등의 핵심 쟁점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로 강해지는 경찰권을 견제할 장치가 충분히 마련됐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 같은 법안이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경찰서마다 있는 정보부서를 통해 촘촘한 정보망을 구성한 경찰이 1차 수사권마저 손에 쥔다면 임의대로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하거나 수사권을 남용하더라도 통제할 수단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자치경찰제의 도입이나 정보경찰 축소 등 경찰 조직의 '힘 빼기'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찰은 검찰의 우려가 지나치다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이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다양한 보완 장치가 설계돼 있다는 것. 수사권 조정 법안에 나오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 직무배제 및 징계요구권 등으로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사후 통제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반론이다.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두고서도 두 기관의 대립이 첨예하다.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경찰이 혐의를 인정한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도록 한다. 다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도 고소·고발인 등 사건관계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두고 판단이 다른 경우 수사지연이나 중복조사 등이 발생해 국민만 피해를 본다"고 우려하지만, 경찰은 "사건을 불송치하는 경우 사건 관계인에게 이를 통보하고,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게 돼 경찰 임의대로 수사를 종결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맞서고 있다.

2일 대구 동부경찰서 정문에
2일 대구 동부경찰서 정문에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혜택은 국민에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근우 기자

◆지역 법조계, "검찰의 경찰 비대화 우려는 비현실적"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경찰과 검찰 내부도 다양한 의견들로 들끓고 있다.

대구경찰청 소속 한 간부는 "단순히 양 기관 간의 이권 다툼이 아니라 형사사건에 있어 경찰과 검찰이 동등하고 상호보완적인 입장에서 수사권을 발동하면 국민들의 인권과 권익이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다"며 "검찰과 경찰의 이중 조사로 인한 연 1천500억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 감소를 통해 사정기관 전체의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문 총장의 입장에 동조하는 취지의 글들이 수십개 이상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연구관인 차호동 검사는 검찰 내부게시판에 쓴 글을 통해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찰과 경찰의 본질적인 기능에 대한 고민과 수사 실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검찰 한 관계자는 "범죄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일이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정작 개정안에서 인사권을 쥔 정권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지역 법조계는 검찰의 경찰 비대화 우려가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대구 한 변호사는 "현재도 경찰 조직에 대한 외부 감시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고, 언론의 지적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는 편"이라며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조직 보호 차원에서 수사권 조정 논의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천주현 변호사는 "중앙집권적 경찰체제가 유지되는 한 경찰 비대화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문제는 헌법 개정에 필요한 자치경찰제 도입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문 총장의 주장은 일면 공익적 측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수사권 이양 논의를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경찰력 강화가 전제조건임을 강조하는 지적도 나온다. 백수범 변호사는 "실제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담당 수사관들의 실력이 천차만별이다. 앞으로는 경찰의 수사 실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수사 종결권에 대한 경찰 주장도 논리가 아직은 부족하다. 예외규정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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