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주의 원칙 지켜라' 청에 반기 든 검찰총장

입력 2019-05-03 06:30:00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작심하고 비판했다.

문 총장은 1일 해외 출장 도중 입장문을 내고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란 민주주의의 원리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청와대와의 긴밀한 교감 속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 총장의 입장 표명은 사실상 청와대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 총장의 입장문에서 '키워드'는 '민주주의 원칙'이다. 그는 "국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를 진행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민주주의 원칙이란 원점으로 돌아가 해당 법안들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 총장의 이런 '민주적 원칙'의 강조는 역대 어떤 정부보다도 더 민주주의 원칙에 투철하다고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로선 매우 뼈아픈 '내부 고발'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패스트트랙 3개 법안의 내용과 지정 과정 모두 민주주의적 원리와 거리가 멀었다. 선거법은 일부 정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해 공정한 게임의 룰이 아니다. 공수처법은 핵심 타깃이어야 할 대통령 친인척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을 '새로운 공룡으로 만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렇게 문제투성이인 법안들을 신속 처리하기 위해 국회법을 위반하면서 사개특위 위원의 교체를 강행했다.

이런 무리수는 내년 총선에서 범여권의 과반 의석 확보라는 여당의 속셈과 의석수 확대를 겨냥한 군소 정당의 노림수가 합작한 결과라는 게 일치된 분석이다. 그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고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물리력만이 횡행했다. 문 총장의 입장 발표는 이를 되돌리라는 외침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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