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병원 진정·진통 약물 사용 은폐 시도 논란, 시민단체 '재윤이 사건' 검찰 수사 촉구

'재윤이 사건'과 관련 영남대병원 의료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매일신문 4월 29일 자 6면)한 가운데 병원 측이 약물 투여 사실을 축소 및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오는 9일 대구지검 앞에서 검찰 수사 촉구와 전국 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전담반 설치요구 기자회견을 연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의료기록상 약물 투여량 누락과 마약성 진통제 투여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만큼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영남대병원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약물 투여량에 대해 의도적인 누락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에는 2017년 11월 29일 재윤이 사망 당시 실제 투여한 약물량과 다른 의무기록(매일신문 2018년 8월 14일 자 8면)을 남겨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의료진은 골수검사 진정 유도제로 미다졸람 2㎎과 케타민 10㎎을 투여했고 추가로 미다졸람 2㎎을 투여했다. 하지만 당시 간호기록지와 수면진정기록지에는 모두 미다졸람 2㎎만 기록돼 있어 사실상 의무 기록을 제멋대로 수정하거나 누락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영남대병원 측은 유족의 항의에 뒤늦게 기록을 축소한 사실을 인정하고 수정했다.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사용(매일신문 4월 5일 자 6면)도 의도적으로 숨겨왔다. 병원이 진정 유도제에 이어 펜타닐을 추가 투여했다는 사실은 지난해 10월 경찰의 병원 압수수색을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2차 감정 의뢰를 받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체중 21㎏ 정도의 환자에게 케타민과 미다졸람 투여 후 펜타닐 75mcg(㎍·마이크로그램)을 추가로 사용할 경우 호흡 억제나 저혈압 발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재원에 따르면 체중 1㎏당 1~2mcg 정도로 투여한다. 결국 재윤이에게 적정량의 2배가량의 펜타닐이 투여된 셈이다.

이런 중재원의 감정 결과에 대해 담당의 A교수는 경찰 조사에서 "이전에도 재윤이에게 다른 진통제인 페치딘을 사용한 적이 있어 펜타닐 사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윤이 어머니 허희정(40) 씨는 "두 약물의 약전(적정 기준서)을 비교해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미 케타민, 미다졸람 등 진정 약물이 단기간에 들어간 상태에서 적정량의 2배에 가까운 펜타닐이 투여되다 보니 대처 불가능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재윤이 회진 시 골수검사를 지시하고 실제 펜타닐 처방을 한 전공의의 업무상 과실은 물론 2회에 걸친 은폐 시도 역시 의료법 위반"이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재윤이 사건=2017년 11월 29일 고열을 앓던 5살 환자 김재윤 군이 골수검사를 받던 중 사망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