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마늘 상장예외품목 지정에 마찰

경매 안거치고 마늘 거래 가능, "도매시장 근간 무너진다" 유통법인 중심 거센 반발
대구시 “매천시장 내 마늘 거래량 지속 감소, 거래 활성화 위해 불가피”

대구시가 이달 중으로 매천시장에서 경매를 거치지 않고 마늘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인 가운데 도매법인과 일부 중도매인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매천시장 내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매천시장)에서 마늘을 경매절차 없이 거래하는 방안을 두고 대구시와 도매법인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다. 대구시는 거래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지만 부작용만 생길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매천시장은 지난달 22일 시장운영위원회를 열고 마늘을 비상장품목으로 지정했다. 농산물은 원칙적으로 도매법인을 통해 경매로 중도매인에게 넘어가지만 출하량이 너무 적거나 취급 중도매인이 소수이면 예외적으로 경매 없이 파는 비상장거래가 가능하다. 매천시장의 비상장품목은 약 80종이고 추가 지정은 2009년 배추 등 엽채류 3종 이후 10년 만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매천시장에서 마늘의 거래금액 비중은 2016년 1.4%, 2017년 1.7%, 지난해 1.1%에 그쳤다. 줄기가 달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주대마늘' 유통이 인근 칠곡 동명시장에서 활성화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방침에 따라 매천시장에는 주대마늘 반입이 불가하다.

이번 결정에 매천시장 5개 도매법인과 엽채류취급중도매인연합회 등은 대구시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비상장거래 쏠림이 뻔하고 그간 마늘 유통 활성화를 위한 대구시의 노력이 미진했다는 것이다.

도매법인 한 관계자는 "매천시장은 상장·비상장품목이 같은 공간에서 거래되는데 새벽에 열리는 경매와 달리 비상장거래는 언제든 가능해 경쟁 자체가 안 된다"며 "깐마늘 유통 제한, 마늘 취급 중도매인 확대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구시의 허술한 관리감독 속에 일부 중도매인은 물량을 누락해 상장 수수료(거래액의 6%)를 줄이는 등 마늘 거래량이 실제보다 적게 잡히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비상장거래로 인한 마늘 거래 활성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도매인은 "동명시장 마늘 도매상이 매천시장으로 이동하지 않는 한 비상장거래만으로 거래 활성화는 어렵다"며 "비상장거래로 주도권을 쥐는 일부 마늘 취급 중도매인만 이익을 볼 테고 이로 인해 촉발될 불화가 시설현대화 사업에도 지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비상장거래에 찬성하는 중도매인들은 높은 단가 탓에 마늘이 경매 기피 품목이고, 비상장거래로 유통이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비상장거래를 5월 중 시행하고 관련 불만,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