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학생들이 아버지나 선생을 부르는 은어'라고 정의되어 있다. 지금은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나이든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널리 사용된다. 학교에서의 선생님, 가정에서의 아버지, 직장에서의 상사를 부를 때 자주 언급된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그래서 다른 세대와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와 멀어지기 위해 말과 행동에 있어서 필자도 항상 조심하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모임에서 지인으로부터 요즘 20대 대학생들은 어떤가 하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 측면에서 '내가 대학을 다닐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는 답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우리 때에는 이랬는데' '내가 그 시절에서는 저랬는데' 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그 사람으로부터 돌아온 반응이 나를 좌절시켰다. 필자의 대답이 바로 '내가, 우리 때는' 사고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꼰대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렸던 그 시기에는, 내가 공부할 때는, 우리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그랬는데'라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순간, 꼰대 냄새를 풍기게 된다.
흔히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을 비롯하여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도 있어 1차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한 기념일들이 유달리 많은 달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5월에 가정, 학교와 관련된 기념일이 많은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한 개인이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일차적인 보호막이라 할 수 있는 가정과 학교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과 공기에 비유할 수 있다. 사회적 존재로서 사람들 간의 관계를 배우고, 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배우는 공간이다.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 더욱 중요한 정서적 지지와 교류를 통해 안정감과 자존감을 형성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공간의 틈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배움의 공간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차이는 점점 커져 가고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세대 간 사고, 판단, 감성의 성향과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보다는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기계와 인간의 접속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지혜와 지식, 감성의 지원자였던 어른이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조직 속의 한 개체로서만 인식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어른이 없는 사회에서 어린이는, 학생은, 신입 직원은 무엇을 배울까? 점차 학습도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벗어나 기계 대 인간의 관계로 변화되면서 어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화의 많은 과정은 가정과 학교를 통해서, 직장에서의 선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시대가 변해도 경륜과 지혜는 삶의 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어른은 단지 숫자상의 나이가 많아서, 오래 조직에 있어서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라 경륜과 지혜를 통해서 가족을, 학생을, 직원들을 도와주고 이끌어 갈 때 존경받는다.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요즘은 그런 어른이 많이 없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제는 나이가, 근무연수가, 부모라는 위치가 존경을 보장하는 시대가 아니다. 어른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조직에서, 어른으로서 자신의 위상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타협하지 않는 사회에서 진정한 어른이 나서서 경륜과 지혜를 바탕으로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과 철없는 아이들을 훈계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사회에서 진정 존경받는 어른들을 그려보면서 적어본다.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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