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초토화한 '4박5일' 결산…정치실종, 폭언, 몸싸움 난무

입력 2019-04-30 18:28:23 수정 2019-04-30 18:40:04

회의장 봉쇄·'빠루' 등장…선진화법 무력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운데)와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왼쪽)가 26일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하는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면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운데)와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왼쪽)가 26일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하는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면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30일 자정을 전후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이뤄냈지만, 정치가 실종되고 폭언과 몸싸움이 난무한 지난 4박 5일간의 국회는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여야 4당이 앞서 패스트트랙 지정의 D데이로 정한 25일 밤, 국회 곳곳은 '으쌰으쌰' 구호에 맞춰 몸싸움을 벌이는 여야 의원과 당직자들의 땀 냄새로 자욱했다.

여야가 부끄러운 국회 내 폭력 사태만은 막아보자며 2012년 5월 합심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의 권위가 7년 만에 깡그리 무너지는 현장이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접근을 몸으로 막았다.

국회법상 회의 방해죄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한 처벌을 규정했지만, 민주당의 '징역 5년' 구호에 한국당은 '헌법수호'로 응수했다.

이에 앞서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의 회의 참석을 저지하려고 국회의원회관 의원실 문을 소파로 가로막고, 6시간 넘게 채 의원을 사실상 감금하기도 했다.

채 의원이 창문 틈새로 간신히 얼굴을 내밀어 "창문을 뜯어서라도 나가야 한다"고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모습은 여야 대치 속 웃지 못할 아수라장의 한 장면으로 기록됐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국회 의안과를 이틀간 점거하기도 했다. 국회사무처 사무실 점거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국회 관계자들이 26일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한 국회 의안과에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국회 관계자들이 26일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한 국회 의안과에 '도구'를 사용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급기여 26일 새벽 의안과로 진입하려는 민주당과 이를 방어하려는 한국당 관계자들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갈비뼈가 부러지고 온몸에 멍이 드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국회 관계자들이 쇠지렛대(속칭 '빠루')와 망치, 장도리를 이용해 의안과 문을 강제로 열다가 나무로 된 문이 크게 파손돼 너덜너덜해지는 일도 발생했다.

패스트트랙 정국의 국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밤샘 대치로 피로에 찌든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정장 대신 점퍼로 갈아입고 소매를 걷어붙인 채 투사처럼 국회를 누볐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강제 동원령을 내렸다. 당번을 정해 주말에도 예외 없이 국회를 지키도록 지시, 만일의 충돌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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