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총리, 부울경 김해공항 검증 결과 거부 의사 분명히 밝혀야

입력 2019-04-29 06:30:00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이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기 위해 갈수록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부울경은 자신들이 임의로 검증한 '김해공항 확장 불가' 방안에 대해 국토교통부를 건너뛰어 국무총리실에서 판정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주무 부처와 협의 없이 총리실과 바로 담판을 벌이겠다는 것은 힘으로 정부를 겁박하는 것과 같다.

부울경은 지난 24일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 최종보고회'에서 '김해공항 확장 불가'라는 최종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곧바로 국토부는 A4 4장 분량의 반박 자료를 내고 부울경의 검증 결과를 항목별로 비판하면서 "(부울경의) 일방적인 발표로 국민 혼란을 초래한 점 등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지적은 정확하다. 검증단에 어떤 전문가가 참여했는지 알 수도 없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려는 목적으로 짜맞춘 듯한 검증 결과를 누가 믿을 수 있는가. 객관성·신뢰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한 검증 결과를 제시하고 정부에 대해 공항 정책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떼쓰기와 비슷하다.

부울경은 국토부가 반대 입장을 가졌다는 이유로 최종 검증 결과를 김현미 국토부장관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소통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고 하니 참으로 편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는, 총리실에 '동남권 관문공항 정책판정위원회'를 설치해 검증 결과를 확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부울경이 협의·절차 따위는 무시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힘을 빌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압박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다. 이낙연 총리도 부울경의 행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다. 정치 논리 때문에 비정상·비상식을 수용하면 두고두고 정부의 과오로 남는다. 이 총리는 부울경의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절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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