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4조7천억원 투입해 수소 가격 1kg 당 4천500원까지 낮춘다

"100㎞ 주행에 드는 수소값 9천원으로"…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 제기

한국가스공사가 2030년까지 4조7천억원을 투입, 수소 연간 생산량을 173만t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소 생산시설 25곳을 설치하고 수소 배관망 700km도 국내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구축키로 했다. 가스공사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소사업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현대자동차 전북 전주공장을 방문해 수소버스 생산현장을 견학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수소값 7천→4천500원"

로드맵에서는 ▶수소 운송·유통 인프라 구축 ▶수소산업 상업적 기반 조성 ▶수소산업 전반의 기술자립 실현 ▶선진국 수준의 안전관리 체계 확립을 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우선 가스공사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국 4천854km에 이르는 천연가스 배관망과 공급관리소 403개소를 활용, 2030년까지 수소 생산시설 25곳을 짓기로 했다. 2022년 9곳 준공을 목표로 2025년 6개소, 2030년 10개소를 추가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세웠다. 가스공사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소 생산시설 및 배관 건설, 충전소 운영 등에서 약 5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가스공사의 수소 공급 능력은 2022년 연 47만t, 2030년 173만t, 2040년 345만t까지 늘어난다. 가스공사가 예측한 국내 수소 수요(2022년 24만t, 2030년 194만t, 2040년 526만t)의 절반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

수소 대중화의 걸림돌이 되는 가격 문제도 해결된다.

현재 국내 수소차의 연료가 되는 수소 가격은 1kg 당 6천500~7천500원 수준으로, 경유를 수소로 환산하면 리터(ℓ) 당 9천원에 달한다. 경쟁 상대인 전기차는 물론이고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도 경제성이 크게 떨어져 국내 수요가 전무한 상황이다.

가스공사는 비교적 저렴한 부생수소(석유화학 공정 부산물로 생기는 수소) 활용을 확대하는 한편 대량 공급 체계로 전환해 2030년까지 수소 가격을 1kg 당 4천500원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향후 기술 향상과 해외 수입까지 병행하면 2040년에는 3천원까지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스공사 설명이다.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세계적 수준에 이른 수소차 기술에 비해 수소 생산·충전 설비 등 관련 산업 기술 수준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가스공사는 2030년까지 3천억원을 투자해 수소산업 주요 제품의 국산화를 완료하는 한편 산·학·연이 협력해 탄소 자원화 등 미래 핵심 기술 개발도 병행하기로 했다.

수소경제 현장방문에 나선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전북 완주시 수소연료전지 지역혁신센터에서 수소차, 수소부품 등 수소 경제 관련 제품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실효성 없고 무리한 사업 추진 시각도

업계에서는 가스공사가 로드맵을 내놓은 것은 지난 1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수립에 발맞춘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가스공사는 1월 정부 계획 발표 이후 대내외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TP를 꾸려 이번 로드맵을 만들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리한 사업 추진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차 수요가 전기차에 집중돼 수소 수요가 크게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 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것은 실효성이 없는데다 재원 조달 계획마저 가스공사의 1조원 외에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구지역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수소가 미래 에너지의 핵심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안정성도 검증되지 않았고 수소 생산 과정까지 감안하면 친환경 에너지인지도 의문"이라며 "가스공사가 수소 산업 육성이라는 정부 기조에 맞춰 무리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적자가 고스란히 국민들에 전가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