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청 '깨친맛 음식점' 브랜드 이름 바꾸기, 사업비 낭비 논란

입력 2019-04-28 22:00:00

최근 브랜드 개선 연구용역 의뢰, 구청 "깨끗·친절·맛 가치 보편화, 더 나은 가치 발굴"

대구 달서구청이 10여년간 이어온 '깨친맛 음식점' 브랜드 교체 절차에 나서면서 사업비 중복 지출 논란이 일고 있다. 브랜드 명칭이 바뀌게 되면 음식점 선정부터, 로고 제작, 홍보물 인쇄 등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아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28일 달서구청과 조복희 달서구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지난달 달서구청은 외부 기관에 1천700만원을 들여 브랜드 개선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 용역은 구청이 지역 내 모범 음식점을 지정하기 위해 그동안 추진했던 '깨친맛 음식점' 브랜드를 개편하는 것이 목적이다.

깨친맛 음식점은 달서구청이 2008년 지역 내 음식점을 대상으로 음식점이 갖춰야 할 3대 덕목인 '깨끗하게, 친절하게, 맛있게'를 지키도록 각 단어의 머리글자를 따온 브랜드다. 이후 구청은 '깨친맛'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이를 잘 지키는 업소에는 행정·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매년 1천여만원이 지원됐다.

구청은 특히 특허청에 해당 브랜드로 업무표장과 상표·서비스표를 등록하고 2011년에는 깨친맛 음식점 지정 및 육성 등에 관한 조례도 지정했다. 성서 3차산업단지 주변 한 먹거리골목에는 '깨친맛 거리'를 조성하고 그 입구에 조형물도 세우는 등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태훈 현 달서구청장 부임 이후 3년 동안 매년 깨친맛 사업에 편성되던 사업비 1천200여만원은 거의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경우 한 차례 회의비 90만원을 사용한 것이 전부다. 더구나 달서구청은 최근 2년간 깨친맛 음식점 신규 선정을 하지 않았고, 깨친맛 홈페이지 등도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 구청장이 전임 곽대훈 전 구청장의 흔적 지우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조복희 구의원은 최근 열린 달서구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특별한 정책적 하자나 뚜렷한 명분도 없이 정책 명칭만 바꾸는 것은 주민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관 주도 행정의 병폐"라고 지적했다.

구민들과 깨친맛 음식점 업소들 역시 달서구청의 브랜드 개편 시도가 불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오랜 기간 검증을 통해 자리매김한 브랜드라는 것이다.

한 깨친맛 음식점 선정 업소 관계자는 "브랜드를 바꾸면 또 한 번 심사에 응시하거나 홍보 안내문 및 표지판을 변경해야 하는 등 음식점 입장에서도 번거로운 일이 한둘이 아니다.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게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달서구청 관계자는 "'깨끗, 친절, 맛' 이라는 가치가 이미 보편화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려는 시도"라며 "기존 선정됐던 업소들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 그대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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