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제비전 그리고 도전

입력 2019-04-25 10:19:58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최근 필자는 대구연극협회의 국제공연교류콘텐츠 연극 '제비전' 연습에 한창이다. '제비전' 은 판소리의 다섯 가지 이야기 중 '흥보가'를 각색한 작품으로 연극의 바탕에 국악의 소리와 장단을 접목, 무대의 형태도 소리판 혹은 마당놀이 판과 같이 꾸며 한국적인 색채가 가득한 작품으로 탄생 중이다.

석 달쯤 전, 연출가와 만나 출연제의를 받았던 때가 떠오른다. 아기를 낳고 얼마 되지 않은 때라 나를 선택해준 연출님께 감사한 마음과 함께 잘 할 수 있을까.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보다 전통 판소리 '흥보가'를 활용한 컨텐츠라는 점이 무척 반가웠고 소리꾼과 고수가 펼지는 판소리 무대, 소리꾼들이 극을 펼치는 창극과는 또 다른 연극 연출과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 설레고 기대되어 고민 끝에 섭외에 응하게 되었다.

연습을 거듭하며 보고 느끼며 배운 점이 참 많았다. 움직이고 연구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조율하고 반복하고 맞추고. 끊임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꺼내어 다양한 목소리와 어투로 종횡무진 '제비전'을 채우는 배우 한분 한분의 모습 덕분에 웃기도 참 많이 웃었고 몰입되어 넋을 놓고 구경을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연출가는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고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포용의 마인드로 중심을 잡아주었다. '책임' 이라는 무게를 버티고 어렵디 어려운 자리를 견디는 연출가의 강인함을 보며 응원과 존경의 마음이 샘솟았다. 찰떡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안무와 동선을 짜준 안무 감독의 프로페셔널, 톡톡 튀는 음악으로 극을 끌어주시는 음악감독, 묵묵히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시는 조연출. 전문적인 모습이 멋져 보이고 배워야지, 본받아야지 싶기도 했지만 톱니바퀴가 딱 맞추어져야 돌아가는 시계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일사 분란한 모습을 보며 그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없구나. 나 역시 내 역할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구나하고 가슴 깊이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도전' 이지만 작품을 함께 하는 배우로서는 역할에 대한 책임을 실감해야하고 그 무게를 마땅히 견뎌야 한다는 부분에서 '제비전'을 떠나 살아가며 만나는 나의 맡은 바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연극 속에 한국적 요소를 적절히 배치하는 작업에 연출가도, 배우의 한국적임이랄지 소리꾼의 배우스러움이랄지, 마당놀이 형식을 처음 접하는 배우들도, 연기가 쑥스러운 나도, 누구에게나 도전이었을 시간. 하지만 중심은 잡혀지고 어느덧 잘 다듬어져 이제 무대에 올리는 일만 앞두고 있다. 함께 고생한 분들께 진심으로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고 그 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후회 없는 무대를 기대해 본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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