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중국, 이제 '아이돌 굴기'를 꿈꾸는가

입력 2019-04-26 18:00:00

중국의 동영상 회사 아이치이(爱奇艺)가 만드는
중국의 동영상 회사 아이치이(爱奇艺)가 만드는 '우상연습생' 1회의 한 장면. 유튜브 캡쳐.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중 중국인 멤버를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헨리도 첫 시작은 '슈퍼주니어 M'에서 시작했고, 세븐틴의 '준'과 '디에잇', 프리스틴의 '주결경', 워너원의 '라이관린' 등 중국인 아이돌 멤버는 익숙하다.

하지만 '중국 아이돌'은 어떤가? 생각나는 팀이 있는가? 굳이 꼽자면 한국의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중국의 위에화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해 만든 '우주소녀'가 있지만 한국 활동이 더 많이 알려져 있고, '프로듀스 101'의 짝퉁이라고 비판받는 '우상연습생'을 거쳐 데뷔한 '나인퍼센트'는 판빙빙 동생 판청청 때문에 아이돌 덕후들이 '이름 정도는 들어봤다'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인지 일반적인 한국 대중들에게 '중국 아이돌'이라고 하면 왠지 한 수 접고 보는 느낌이 강하다. 나 또한 그러했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게 됐다. 2015년 '프로듀스 101'의 '픽 미'(Pick Me)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방영된 '프로듀스 101'류의 오디션 프로그램 테마 송을 모아놓은 영상이었는데, 여기서 중국 아이돌 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발전하고 있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우상연습생' 시즌 1의 테마곡인 '에이 에이'(Ei Ei)의 수준부터 무시 못할 수준이었다. '나야 나'를 듣고 난 뒤 재생이 됐는데, 중국어 성조가 멜로디를 침범하는 부분을 완벽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중국 아이돌 음악의 현재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특히 군무는 '나야 나' 보다는 단순했지만 그런대로 잘 맞추고 있었다. 이정도면 절반 이상은 쫓아왔다고 봐도 될 듯 했다. 그 뒤에 이어지는 '프로듀스 101 차이나' 시즌 1과 '우상연습생 시즌 2' 등 중국판 '프듀'의 테마송들의 노래, 군무 실력은 한국의 그것과 차이를 엄청나게 많이 줄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우상연습생의 '겟 어글리'(Get Ugly) 무대보고 "눈 버렸다"는 한국 네티즌들의 조롱을 듣던 중국 아이돌계가 지금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멤버들의 지도편달 아래 엄청나게 기량을 올린 것이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의 필진 조한나 씨는 '우상연습생'의 중국 내 성공을 '한한령 이후 케이팝에 대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그도그럴것이 중국은 자본을 앞세워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출에 계속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중국의 SM'이라 불리는 위에화엔터테인먼트는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 계속 연습생들을 내보내며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는 중이다. 잘 생각해보면 중국인들의 '중화사상'은 문화적인 자존심이 훨씬 크게 작용하는 사상일진대 현대 중국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터. 중국 안에서 점점 질적으로 발전해가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단면을 보면서 중국이 '아이돌 굴기'의 야심을 언젠가는 드러낼 것이라 감히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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