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은 먹고 다니니?'..경원고 학생들의 아침밥 먹기 캠페인

입력 2019-04-29 06:30:00

대구 경원고등학교에서 모의학교협동조합을 운영하는 학생들이 직접 아침밥을 준비, 동료 학생들에게 판매하는
대구 경원고등학교에서 모의학교협동조합을 운영하는 학생들이 직접 아침밥을 준비, 동료 학생들에게 판매하는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경원고 제공

'친구들아, 아침밥 챙겨 줄게.'

대구 경원고등학교 학생들이 건강과 기부라는 두 마리 토끼 챙기기에 나서 화제다.

사연의 주인공은 경원고 직업과정 학생들이 설립한 모의학교협동조합 '사두용미(蛇頭龍美)'. 이론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경제활동을 익히려고 만든 것이다. 특히 경쟁과 이익 추구만이 아니라 연대와 평등, 돌봄을 고려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두용미'는 이미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독도 홍보 물품 제작과 판매, 사회적 경제 아카데미와 소셜벤처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물품 판매 수익금은 연말 불우이웃을 돕는 곳에 기부했다. 10대 특유의 재기발랄함과 진지함이 잘 어우러진 활동들이다.

이들은 최근 또 다른 일(?)을 벌였다. 사회경제 동아리 '탕하라'와 함께 '경원고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시작해 다음 달 23일까지 둘째, 셋째 주의 화·수·목요일 오전 7시 30분부터 8시까지 학교상담실에서 다양하고 건강한 아침식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다.

이 이벤트는 경원고의 상당수 학생이 이른 아침에 등교하지만, 아침밥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데서 착안했다. 학교 인근의 소비자협동조합 '자연드림' 용산점과 협력해 우리밀 식빵, 유기농 우유, 유기농 현미 시리얼, 과일 등 바쁜 아침에 간단하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식사를 준비했다.

이들은 학생들의 건강을 챙기는 한편 판매 수익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돕기에 사용하기로 했다. 사회적 경제활동은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과 연대를 바탕으로 특정 사업체가 수행하는 경제활동. 그런 의미에서 '사두용미'의 이번 활동도 설립 취지에 잘 어울리는 것이다.

캠페인이 열리는 전날부터 '사두용미' 학생들은 바빠진다. 행사 전날 저녁에 재료를 손질한 뒤 당일 새벽 6시 이전에 등교해 판매를 준비한다. 음식을 판매할 때는 아침식사의 중요성과 올바른 식습관에 대한 내용을 담은 팸플릿도 제공한다.

'사두용미' 회원 윤재웅(2학년) 학생은 "이번 캠페인에 더 많은 학생과 선생님들이 함께해 많은 이들이 아침밥을 먹고 등교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아침밥도 챙겨 먹고, 건강한 나눔도 실천하는 경원고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정규석 경원고 교장은 "아침 일찍 등교하면서 아침밥도 못 먹고 오는 학생을 볼 때마다 애처로울 때가 많았다. 이런 캠페인을 통해 아침밥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펼치는 활동을 통해 나 자신도 사회적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이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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