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섣부른 '화합·상생' 의견 탓에 속타는 성주군민

입력 2019-04-21 19:30:00

이영욱 기자
이영욱 기자

식자우환(識字憂患). '알기는 알아도 똑바로 잘 알지 못해 오히려 걱정거리가 된다'는 의미다. 현재 성주군 상황이 딱 그렇다.

남부내륙철도 성주역 유치에 힘을 쏟던 많은 성주군민이 지역 일부 인사의 난데 없는 '화합·상생' 주장으로 애 태우고 있다.

남부내륙철도 성주역 유치 열기는 지난 1월 29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이 발표되고, 설 연휴가 끝난 2월 7일부터 본격 점화됐다. 곧바로 비상대책회의가 열렸고, TF와 대규모 범군민추진위원회이 구성됐다.

성주군 곳곳에는 성주역 유치를 염원하는 기관·단체·개인이 내건 현수막이 물결을 이뤘고, 전국의 언론도 성주를 집중 조명했다.

이처럼 성주군이 한창 속도를 올리며 국토교통부·경북도 등과의 소통을 통해 역사 유치 문제의 실마리를 잡아가던 중 고령군도 가세했다. 이런 와중에 성주지역 일부 인사가 나서 '성주와 고령군이 남부내륙철도 역사 유치를 위해 힘을 모으고 상생의 길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성주의 유치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성주와 고령 두 곳이 함께 역을 유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를 알면서 '화합과 상생'을 주장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성주역 유치를 위해 고령군민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얘기인지, 고령역 유치를 위해 성주군이 양보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합심·상생은 말하기도, 듣기도 좋은 표현이지만 그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요즘 성주군민들은 '성주군이 차리고 있는 밥상에 고령군이 뒤늦게 뛰어들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속상해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군민들의 속타는 마음을 제대로 알고 화합과 상생을 이야기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는 7월쯤 남부내륙철도 건설 기본계획 용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늦어도 8월에는 용역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에 앞서 경북도가 경북지역 역사 입지에 관한 용역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심과 상생의 에너지는 경북도 용역 결과가 나온 뒤 쏟아 부으면 된다. 지역의 염원과 정서와는 동떨어진 '상생과 화합' 발언은 군민들의 속만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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