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900원 청바지·5천원 치킨, 대형마트 중심 초저가 경쟁
명품시계·대형 TV 등은 고가 프리미엄 제품 선호도 두드러져
9천900원 청바지, 5천원 치킨, 700원 굴비 등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유통가에 초저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에서는 1천만원대 내외 프리미엄 가전이나 명품 등에 선뜻 지갑을 여는 경향이 나타난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초저가와 프리미엄 시장만 남고 중간지대는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마트는 초저가 경쟁
올해 들어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초저가 경쟁이 뜨겁다. 2010년 경쟁사보다 10원씩 가격을 싸게 매긴 '10원 전쟁' 때 보다 판이 커진 '100원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마트는 파격적인 초저가 제품들을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 17일까지 연중 최대 규모의 의류 할인행사 '데이즈 패밀리 위크'를 진행하며 9천900원 청바지와 티셔츠 등을 판매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9천900원 청바지는 추가 워싱 공정을 생략하고 리벳이나 가죽패치, 버튼, 자수 장식 등 디테일을 과감히 제거해 원가를 낮췄다. 또 상품 출시 1년 전부터 비수기에 15만장을 대량 발주해 가격을 극도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이달 11~17일 '영광 굴비 무한 담기' 행사를 열고 굴비 한 봉지를 1만원에 판매했다. 지정된 봉투에 평균 14마리 이상의 굴비를 담을 수 있어 마리당 700원선으로 기존 판매가의 50% 이하였다는 게 이마트의 설명이다.
이마트가 '국민가격'이란 이름으로 내놓는 할인 제품들의 판매 실적도 높다. 지난 1월 990원 활전복은 1주일 사이 74t이 판매돼 최단 기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설 연휴 직후 판매된 '한 마리 광어회'는 한 달 판매 물량 50t이 1주일 만에 동났다.
롯데마트도 창립 21주년을 맞아 이달 21일까지 '극한도전'이란 주제로 파격적인 가격의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던 '통큰치킨'도 9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일반가는 7천900원이었지만 엘포인트 회원가는 5천원으로 당시 가격 그대로였다. 점포마다 준비된 물량이 오전에 동나며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롯데마트는 이달 4~10일까지 판매한 100g에 4천원대 '극한 한우'로도 바람을 일으켰다. 100g당 9천200원에 판매되는 1등급 한우 등심을 4천968원에 내놓았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객단가를 낮추더라도 소비자 발걸음을 이끌어 살아남겠다는 전략"이라며 "한편으로는 대형마트에서 주로 소비하는 식료품이나 생필품에서 소비자들이 가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연초 발표한 신년사에서 '중간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스마트한 고객 때문에 결국 중간은 없어지고 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의 두 형태만 남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고가에도 잘 팔리는 명품 ·프리미엄 제품
반면 가전과 명품을 중심으로는 고가제품 판매 증가가 뚜렷하다. 999만원 TV, 149만원 오디오, 199만원 가습공기청정기는 지난해 LG전자가 새로 선보인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오브제'(Objet)의 가격표다. 집안 공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가구와 가전을 결합한 듯한 디자인 콘셉트로 일반 가전보다 가격대가 훨씬 높지만 지난해 11월 출시 두 달 만에 내부 목표치의 다섯 배를 초과 달성했다.

유통업계도 프리미엄 가전 시장 성장을 체감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1/4분기 가전 판매를 분석한 결과 'LG 시그니처', '삼성 QLED' 등 프리미엄 제품군 매출이 35% 이상 늘어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 수요는 '홈족'이나 '워라밸' 문화의 확산으로 집에서 매일 접하는 가전제품에 기꺼이 투자하는 소비 트렌드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이 일반 가전에 비해 비싸도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일반 가전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반사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 매출 증가도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은 봄 세일 기간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2일까지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 증가했다. 해외명품 매출이 28.2%나 늘어나며 성장을 이끌었다. 신세계백화점도 봄 세일에서 해외명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25% 증가하며 전체 매출 신장률 7.1%를 크게 웃돌았다.

명품 판매가 백화점 연간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매출에서 해외명품이 차지한 비중은 19.3%에 달했다. 2016년 13.5%, 2017년 15.8%에서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고가 시계도 잘 팔리고 있다. 오메가, 론진, 티쏘 등을 판매하는 스와치그룹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41% 급증하며 4천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진출 후 가장 높은 매출증가율이었다.
1천만원 내외 가격대가 주를 이루는 오메가는 예물 시장에서 인기가 많았다. 명품 시계의 대명사 롤렉스도 지난해 매출이 3천112억원을 기록하며 2017년(2천994억원) 대비 3% 이상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싸게 살 수 있는 제품은 가격을 꼼꼼히 따져서 구매하면서도 나만의 만족을 위해서는 수백만원이 넘는 명품을 사는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장기 불황으로 소득 격차가 커지며 소비 행태도 갈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유통업계의 마케팅도 앞으로 여기에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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