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스님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4월의 숲은 점점 신비롭다. 산과 들은 연둣빛으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유백색의 산벚꽃과 새로 움트는 연둣빛, 기존의 초록빛 나뭇잎들이 교향곡처럼 연주하며 몽글몽글 하늘로 피어오른다. 평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새로운 풍경에 감탄한다.
멀리서 보면 늘 같은 색, 같은 나무로 보였는데 조금씩 다른 나뭇잎들이 생명의 윤기를 머금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렇게 숲길에 초록 향연이 펼쳐지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마음은 맑아지고 편안해진다. 나뭇잎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뜬구름이 그림을 그린다. 풍경화를 보는 듯 맑고 아름답다. 비록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넉넉하다.
신록은 우리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준다. 봄비가 그친 청명한 날이면 또 얼마나 신선한 잎들이 솟아날까. 연녹색으로 물든 새싹들은 꽃보다 아름답다. 아기의 웃음처럼 깨끗하고 명랑한 4월은 이렇듯 곱게 채색돼 간다.
식물도 동물도 봄에 새싹이 돋고 새끼를 잉태한다. 4월은 한 해를 열고 출발하는 생명력이 가득하다. 자연의 섭리는 인생의 한 해 한 해에 꿈과 활력을 불어넣으며 삶의 출발과 성숙을 돕는다.
4월을 맞으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옷깃을 여미고 낙화담 둑길을 걸으며 유익종의 '들꽃'을 듣는다. 피아노곡으로 뉴에이지 '벚꽃엔딩'과 에피톤 프로젝트의 '봄날, 벚꽃, 그리고 너'를 듣는다. 이 곡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봄날의 풍경과 사랑만으로 행복했던 어느 날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졌고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생기가 느껴진다. 봄바람이 평온하다. 만물이 소생하고 꽃들의 잔치가 시작되면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연다. 4월은 5월보다 겸손하고 부드러워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봉오리를 열며 피는 야생화도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금낭화, 제비꽃, 매발톱, 할미꽃, 냉이꽃, 민들레가, 정원엔 목단, 작약, 라일락, 불두화, 명자나무꽃들이 피어난다. 4월에 핀 고운 꽃처럼 마음속에 자리한 사랑과 기쁨과 감사의 마음이 꽃과 함께할 때 아름다운 존재가 된다.
주변의 연한 빛에 둘러싸인 청산을 보라. 청량한 산들바람을 눈을 감고 느껴보라. 온몸이 열리는 듯하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이 신선하니 계곡물처럼 맘도 맑아진다.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질문의 답은 자연에 있다"고 했다.
숲에 나뭇잎들이 돌아오니 며칠 전부터 밤이면 뒷산에 소쩍새가 운다.
진실이 뭐더라 아픔이 뭐더라 홀로 물으며 솟~쩍 솟~쩍 운다.
자연은 이렇게 찬란한데 최저임금제로 자영업자 영세업자 실직자는 아프기만 하다. 그들에게도 꽃이 피고 소쩍새 우는 소리를 마음 편히 감상할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한다. 청문회만 보면 이렇다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도덕성 문제가 수준 이하다.
한 세상 청렴하게 산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신록의 계절이 일깨워 주지 않는가?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