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9월 러시아 외무장관 이즈볼스키와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에렌탈은 양국 모두에 좋은 밀약(密約)을 맺었다. 러시아는 그 얼마 전에 있었던 오스트리아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병합을 인정하고 오스트리아는 오스만 터키의 영토 안에 있는 보스포루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에 대한 러시아의 '권리'를 용인한다는 것으로, 1905년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과 대한제국의 지배권을 상호 인정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유라시아판(版)이었다.
독일의 폭로 위협으로 없었던 일이 되기는 했지만, 이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문제의 당사자였던 세르비아에 대한 러시아의 배신이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수복해야 할 영토로 여겼던 세르비아는 병합을 인정하지 않았고, 러시아는 남 슬라브인의 '큰 형님'으로 자처하며 그런 세르비아를 후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스만 터키에도 이 밀약은 자국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점령을 인정한 범죄행위였다.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인이 다수 거주하는 체코슬로바키아 수데텐란트를 독일에 넘겨준 1938년 뮌헨협정도 당사자를 배제한 제3국끼리의 더러운 거래였다. 이즈볼스키-에렌탈 밀약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당사자인 체코슬로바키아가 공개리에 배제됐다는 것이다.
그 바탕은 자국을 위해서라면 우방국도 팔아넘긴다는 추잡한 이기심이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프랑스의 동맹국이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항거했지만, 영국과 프랑스에 체코슬로바키아의 운명은 관심 밖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한 언론 보도는 이를 잘 보여준다. "에드바르트 베네시(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를 위해 프랑스인이 죽어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론'이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사실상 거부당했다. 김정은에게서는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중재자론은 처음부터 난센스였다. 우리는 북핵 문제 당사자이지 중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당사자가 자신의 의지에 반해 자기 문제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외시킨다는 것이다. 제발 주제 파악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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