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보는 사람이 있어야 예술도 있다. 영국의 철학자 로빈 콜링우드는 혼자서 하는 예술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행사를 준비할 때면 늘 어떻게 관객들을 모을까 고심한다.
대구예총이 5월에 마련하는 청소년무대예술페스티벌은 예비예술인인 청소년들을 위한 경연 무대이다. 이 행사를 통해 대구지역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무대 예술을 보여주려 한다. 볼거리 중에는 아이돌을 개·폐막식에 초청해 지역청소년들의 흥을 돋워 주는 것도 해당된다. 이 특별한 손님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몸값이 오르고 '빡센' 스케줄로 섭외에 난항을 겪기 일쑤다.
아이돌팀을 초청하면 집객에 대한 고민은 접어도 된다. 개막 전 날부터 진을 치고 있는 열성팬들을 보면 엄마의 마음으로 심히 걱정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해에는 아이돌 멤버가 공연 중 던져 준 생수병을 일본인 팬과 한국인 팬이 서로 갖겠다고 실랑이를 벌인 경우도 있었다. 언어의 다름은 문제도 아니었다. 대구를 찾은 아이돌팀은 행사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떼창에 감동해 "역시 대구"라며 직접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지인 중에는 아이돌 스타들이 기획사에서 사육되는 상품처럼 노래하고 춤춰 측은하다고 말한다. 잘 만들어진 이미지를 팬들은 소비하며 팬덤을 만든다. 최근 핵폭탄급 뉴스를 만들며 추락한 몇몇 아이돌 스타에서 커피 찌꺼기같은 허망함을 느낀다. 사생팬도 문제이지만 비뚤어진 스타의 특권의식은 더 위험한 부분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팬들의 충성심에 범법 행위를 해도 넘어갈 것이라는 자만심이 생겼던 걸까. 팬사인회 응모비에 선물비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시간과 마음을 준 팬들이 우스운 모양이다. 인성이 받쳐주지 않는 성공은 지속되기 어렵다. 기업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성 교육에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중 연예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현실이니 그들의 올바른 영향력이 요구된다. 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을 만든다 했으니.
내 두 딸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되기를 원하면서도 그에 맞는 교육은 했나 자신이 없다. 지적인 교육만 강조하며 학교에, 사회에 교육을 떠넘기지는 않았나 싶다. 프랑스에서 30대 장관 아들과 하원의원 딸을 키운 오영석 전 카이스트 교수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오교수는 장래는 부모 책임이 아니지만 자식의 인성은 부모 책임이라고 말했다. 후에 뒷목 잡으며 쓰러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신경써야겠다.
오랜 연습생을 거쳐 아이돌로 데뷔해 성공할 확률은 로또보다 낮다고 한다.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면죄부로 이어질 수는 없다.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낙마의 수순은 당연하다. 버들치가 용이 될 수 없다. 내 '최애(最愛) 아이돌'만은 바르게 예술하고 예쁘게 연애해서 나이 들기를 바란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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