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으면 좋겠다.'
기업 홍보 담당자, 브랜드 광고 책임자의 머릿속은 이런 생각으로 가득하다. 구글에서 '기발한 광고'라고 검색해보면 상상치 못한 광고들이 쏟아져 나온다. 과연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지 미치도록 알고 싶다. 광고인의 머릿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었길래 이런 생각이 가능한지 따지고 싶다. 어떻게 하면 아이디어 뱅크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남들이 아이디어 때문에 머리를 쥐어짤 때 무심한 척 아이디어를 던져 길고 지루한 회의 시간을 끝낼 수 있을까? 필자의 경험을 써본다.
아이디어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온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말은 비단 성경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아이디어를 낼 때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만나게 된다.
필자가 창업하기 전, 광고주를 구하지 못해 공익 광고만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돈 주는 광고주에게는 늘 거절만 당하니, 거절할 수 없는 광고주를 구하자는 생각이었다. 세상을 광고주로 삼아 공익 광고를 만들면 거절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건축 현장을 지나가게 되었다. 높은 건물 사이를 얇은 사다리로 건너는 모습, 안전장치도 없이 난간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한눈에 봐도 위험해 보였다. 사람의 목숨을 의지하기엔 너무 부실한 현장이었다. 순간 광고인의 끼가 발동했다. 나의 재능으로 건설현장의 소중한 생명을 구해보자는 생각이 스쳤다.

그때부터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안전 상태는 어떤지, 하루 몇 명이 사고를 당하는지 통계를 살펴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무려 하루 6명의 인부가 건설현장에서 추락사고를 당하고 있었다. 맙소사. 저들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일 것이다. 가장이 죽고 나면 남겨진 가족이 감당해야 할 몫은 뻔하다.
자료 수집이 끝난 후 관찰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공사판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노동자의 행동을 잘 파악하면 그 속에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았다.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꼭 담배를 빼 물고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즉, 몸에 나쁜 걸 둘 다 했다. 아마 고된 노동의 스트레스를 그렇게 푼 것이 아니었을까.
'자판기 종이컵에 안전에 대한 광고를 그려 넣자!'
아이디어가 스쳤다. 쉬는 시간마다 커피를 마시니 계속 광고를 노출해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전략이었다. 우리는 흔히 '가까이 있다'라는 표현을 '코앞에 있다'라고 얘기한다. 자판기 커피를 마실 때 종이컵에 가려 코가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코를 합성하고 맞은편에 다친 코를 그려 넣어 '사고는 늘 당신 코앞에 있습니다'라는 카피를 썼다. 늘 당신 가까이에 위험이 도사리니 조심하라는 공익 광고였다.
광고가 그려진 종이컵을 들고 무작정 현장소장님을 찾아갔다. 처음에 부동산 영업인 줄 알고 피하던 소장님을 붙잡고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소장님 입장에서는 종이컵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소장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명을 살리는 종이컵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그 뒤로 현장에서 사고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필자는 진심으로 그 문제를 사랑했다는 사실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사람이고 생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돕고 싶었다. 그 결과 저런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었다고 믿는다.
부정적이고 염세적인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 내더라도 누군가의 삶을 이롭게 하는 아이디어는 낼 수 없다.
옛말에 '씨도둑은 못 한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는 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을 닮기 마련이다. 그러니 사랑하라. 사랑스러운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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