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청소하다' 고독사 현장 특수청소 업체 동행 르포

입력 2019-04-07 22:00:00 수정 2019-04-08 14:49:12

시신 오래 방치돼 심한 시취 속 유품 등 청소
'기록되지 않는 죽음' 고독사… "사회적 신뢰 회복 절실"

특수업체 관계자들이 7일 대구 한 고독사 현장에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며 청소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특수업체 관계자들이 7일 대구 한 고독사 현장에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며 청소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7일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승강기를 타고 9층에 도착하자 난생처음 맡아보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시신이 부패하며 발생하는 시취(屍臭)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바닥에 정체 모를 액체가 엉겨 붙어 있고, 주변에는 까만 번데기가 우글댔다. 홀로 살다 숨진 지 20여일(추정) 만에 발견된 노인 A(92) 씨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孤獨死)가 늘고 있다. 주변 관계를 모두 단절한 채 홀로 살다 보니 숨진 뒤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방독면과 방진복으로 무장한 우상욱(39) 스위퍼스 대구지사 대표는 "사람이 숨진 뒤 오래 방치되면 시신이 부패하면서 현장에 각종 오염물을 남긴다"며 "이번 사례는 날이 덥지 않고 방치 기간도 길지 않아서 악취는 덜한 편"이라고 했다.

옷가지가 담긴 상자를 하나 들었더니 구더기 수십 마리가 우수수 떨어졌다. 집안 곳곳에는 고인이 살던 흔적이 선명했다. 상한 밥이 밥솥 안에 그대로 남아있었고, 냉장고 옆에는 콜라병이 널브러져 있었다. 우 대표는 "작업 중 고인의 생전 사진과 편지 등을 보기도 한다. 그땐 정말 삶이 허망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특수청소업체는 이런 현장을 찾아가 깨끗이 치우고, 유품을 정리해 유족에게 돌려주는 일을 한다. 우 대표의 업체에 들어오는 고독사 현장 청소 의뢰만 매달 2, 3건이다. 그는 "방진복을 입어도 옷에 냄새가 밸까 싶어 여분의 옷을 준비하고, 식당에서 쫓겨날까 봐 점심을 거르는 날이 다반사"라고 했다.

고독사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어 간접적으로 증가세를 추정할 뿐이다. 통상 사망 이후 3일 안에 발견되지 않으면 고독사로 본다.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500~1천여 명이 고독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족이 없거나 시신 인수를 거부한 무연고 사망자 수는 전국에서 2천549명으로 2017년(2천8명)에 비해 약 27.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에서도 2014년 32명에 불과했던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7년 116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수업체 관계자들이 7일 오전 대구 한 고독사 현장에서 고인의 유품정리 및 청소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특수업체 관계자들이 7일 오전 대구 한 고독사 현장에서 고인의 유품정리 및 청소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다만 가족이 있으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A씨 경우 가족과 사실상 연락이 끊긴 채 홀로 살아왔기 때문에 사망 이후 시신 발견까지 20여일이 걸렸다. 하지만 유족들이 장례를 치렀기 때문에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 고독사다.

해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고독사 위험군도 늘어났다. 2015년 26%였던 대구의 1인 가구 비율은 2017년 27.3%로 증가했다. 특히 직장을 그만두고 홀로 사는 40·50대 남성이 가장 위험하다. 길해용 전 한국유품정리사협회장은 "65세 이상 노인은 지자체에서 관리라도 하지만 이혼과 실직 등으로 혼자 사는 40·50대 남성들은 도움마저 거절하는 사례가 많아 갑자기 숨질 경우 발견이 늦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복지체계의 강화와 더불어, 사회적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김유진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혼자 살더라도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고, 안부를 물어봐 줄 사람이 있다면 고독사의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면서 "결국 사회 구성원 간 신뢰의 부재로 관계를 맺는 여유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