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곳곳 동물화장장 건축신고…주민들 "결사반대"

입력 2019-04-07 17:52:49

경산시와 칠곡·성주·청도군은 동물화장장으로 갈등 중

지난달 22일 경산 와촌면 강학2리 주민들이 마을 인근에 동물화장장 등이 포함된 동물장묘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며 경산시청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강학2리 주민 제공
지난달 22일 경산 와촌면 강학2리 주민들이 마을 인근에 동물화장장 등이 포함된 동물장묘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며 경산시청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강학2리 주민 제공

경북 도내 동물화장장 건축신청이 잇따르면서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반려인 사이에서는 동물화장장 등 동물장묘시설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건립 예정 인근 주민 상당수에겐 혐오시설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경산 와촌면 주민 "동물화장장 결사반대"

경산시 와촌면 강학2리 주민들은 동물화장장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대구에 사는 A씨가 와촌면 신한리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 인근 산에 동물화장장과 납골당 편의시설 등을 갖춘 동물장묘시설 1동(2층·연면적 268㎡)을 신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경산시는 지난 2017년 12월 이러한 내용의 건축허가 신청을 받고 주거환경 악화, 지역개발 지장, 동물사체 소각에 따른 대기·수질오염물질 배출 등을 이유로 불허가 처분을 내렸지만, 행정소송 1·2심에서 모두 패한 뒤 지난달 19일 건축허가를 내줬다.

법원은 주거환경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고 동물장묘시설 건축을 불허할 명시적 규정이 없다고 봤다. 각종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소규모 화장로 등으로 설계된 점도 고려됐다.

경산 와촌면 강학2리 주민들이 마을 인근에 동물화장장 등이 포함된 동물장묘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며 경산시청을 항의 방문해 이장식 부시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강학2리 주민 제공
경산 와촌면 강학2리 주민들이 마을 인근에 동물화장장 등이 포함된 동물장묘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며 경산시청을 항의 방문해 이장식 부시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강학2리 주민 제공

동물보호법상 20호 이상의 인가밀집지역에서 300m 내에는 동물장묘업 영업 등록을 할 수 없지만, 강학2리는 500여m 떨어져 있다. 주민들은 "우리 마을은 축사나 공장 등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청정한 마을"이라며 "청정 자두 생산지로 유명한데 동물화장장이 들어서면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경산시 관계자는 "주민들은 집합교육장(안전보건공단 안전체험교육장 등)이 인근에 있는 만큼 허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학원 등 공중이 수시로 모이는 시설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건축허가에 불허가 처분을 내렸지만, 행정소송에서 패소해 건축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칠곡군 "건축허가 제한할 수단 없어", 성주·청도군도 속앓이

칠곡군 다부리 동물화장장 역시 건축허가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5년 건립허가 신청이 접수된 뒤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반려했지만, 지난해 6월 대법원 최종심에서 군이 패소했기 때문이다.

칠곡군은 올 초 다시 접수된 건축허가에 대해 지난달 29일 '제3회 군계획위원회' 심의에서 혐오시설 이미지 최소화 등을 조건으로 '조건부 재심' 결정을 내린 상태다. 이를 보완해 건축허가가 다시 접수되면 군은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부리 동물화장장 인근 주민들은 '건축허가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어서 실제 건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다부2리 주민 20여 명은 제3회 군계획위원회 회의 현장을 찾아 개발행위 심의 자체를 반대하며 거세게 항의했고, 앞으로도 건축허가를 결사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성주군과 청도군은 동물화장장 문제를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건축주와 주민 간 갈등이 현재는 수면 아래 있지만, 언제든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수 있어서다.

성주군에서는 지난 2017년 한 업자가 선남면 오도리에 동물화장장 건축허가 신고를 내 주민 반발과 소송 등 갈등을 겪은 뒤 올해 2월 말 건축주가 건축신고를 자진 취하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최근 이 업자는 같은 장소에 다시 동물화장장 건축신고서를 접수했고 이달 중 심의를 앞둔 것으로 알려져 갈등의 불씨가 재점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성주군은 앞서 접수된 건축신고에 대해 허가 반려와 행정소송을 거쳐 지난해 12월 대법원 최종 패소라는 결과를 얻었다. 성주군이 이번 건축신고에 다시 소송으로 맞서기 쉽지 않은 형국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도군은 지난 1월 청도읍 운산리에 동물화장장과 납골시설을 갖춘 동물장묘시설 건축신청이 접수돼 관계 부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군은 건축허가와 관련한 각종 조건보다 주민동의 절차 등 민원 발생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군 관계자는 "오염방지 대책 등 기술적 부분은 설계나 구조 보완으로 가능하나 주민 반대가 잇따르고 있어 고심이 깊다"고 했다.

주민들은 지난 2월 청도군에 진정서를 접수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지가 하락 등 재산권 침해는 물론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 판매에도 막대한 지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 바로 위쪽에 혐오시설을 허가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동물화장장 시설보다 애견카페와 커피숍 등 애견테마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수목을 심어 외부에서는 시설이 보이지 않으며 동물화장장은 가장 안쪽에 자리한다"면서 "로컬푸드 판매장도 계획하고 있다. 주민과 지속해서 만나 설득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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