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청자들…"피해자 목소리 제대로 들어달라" 호소

입력 2019-04-03 18:43:01 수정 2019-04-03 22:07:59

사회적참사특조위, 대구경북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설명회 개최
피해 자녀 어머니 질의응답서 눈물 터뜨리기도

3일 대구시립중앙도서관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대구지역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3일 대구시립중앙도서관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대구지역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아이가 계속되는 폐질환으로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데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정부로부터 '피해자' 인정을 받는 길이 너무 험난합니다."

대구경북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피해 신청자들의 고충을 듣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3일 오후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청자·피해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구 대구시립중앙도서관에서 '가습기살균제 대구경북 피해자 지역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와 의학 전문가가 참석해 피해 신청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제품과 원인 물질에 대한 안정성 검토, 가해 기업의 피해지원 등을 살펴왔다. 특조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람은 대구 291명(생존 237명, 사망 54명), 경북 244명(생존 176명, 사망 68명)으로 모두 535명이다. 전국적으로는 지난달 기준 6천315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했다.

이날 피해 신청자들은 특조위와 관련 부처 관계자들에게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 증명에 뛰어든 시민들의 삶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A(44) 씨는 "지난 2009년 피해가 의심돼 아들이 지역 한 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이상 없다'는 의사 말만 믿고 퇴원했다"며 "뒤늦게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고 피해 신청을 했지만 여전히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설명회 도중 답답함을 참지 못해 가슴을 치며 오열하기도 했다.

정부의 피해판정 인정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혜정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 대표는 "지난 2011년 정부는 오직 '소엽중심성 말단기관지 폐섬유화'만을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로 인정했다"며 "너무 엄격한 기준 탓에 그동안 수많은 국민이 피해를 겪고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 및 판정 기준' 발표자로 나선 박소영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너무 좁은 인정기준이 문제였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지난 수년간 추가적인 인정기준이 마련됐고 앞으로도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부터 역학조사를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가 아닌 사람을 걸러낸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가습기에 투입되는 세정제가 산모와 영유아 등의 폐손상을 유발해 사망케 하거나 폐질환을 일으킨 것으로, 지난 2011년 4월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중증폐렴 임산부 환자의 입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질병관리본부가 조사에 나서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애초 폐질환과 태아피해, 천식만 피해 인정 질병으로 정했으나, 지난 2월 15일부로 간질성 폐질환과 기관지확장증, 폐렴, 독성간염 등도 특별구제계정 대상에 포함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위원회는 환경노출조사와 의학조사, 건강피해 종합판정 등 절차를 거쳐 피해자를 최종 결정한다.

3일 대구시립중앙도서관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대구지역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3일 대구시립중앙도서관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대구지역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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