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도…' 수천만원짜리 롤렉스 시계 사려고 100m 줄섰다

입력 2019-04-02 22:00:00 수정 2019-04-05 12:10:44

경기 불황 속 그래도 명품 인기는 여전…양극화하는 소비의 그늘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를 얻는 제품인 1천만원짜리 롤렉스 서브마리너. 롤렉스 홈페이지 제공.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를 얻는 제품인 1천만원짜리 롤렉스 서브마리너. 롤렉스 홈페이지 제공.

고용 침체와 자영업 위축 등으로 서민들이 불황의 늪에서 신음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반대로 사치품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는 대한민국 양극화의 서글픈 단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새롭게 문을 연 대구신세계 롤렉스 매장 앞에는 희귀 제품을 구하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이 백화점 밖까지 100m 이상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다음날 개장 전까지 밤새 번호표를 받아간 이들만 200여명이 넘었다. 밤샘 대기를 위해 봄날에도 두꺼운 패딩을 입는가 하면 이불까지 들고 와 노숙하는 이들도 있었다. 개점 이틀째인 2일에도 이 줄은 꼬리를 물었다.

자영업자 A(46) 씨는 "원하는 제품을 사고 싶어서 31일 밤에 90번대 번호표를 받았지만 이미 제품은 동난 뒤여서 결국 번호표를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다"고 아쉬워했다. 몰려드는 인파에 고객 안전사고를 우려한 매장 측에서 대기 고객들에게 실시간으로 매장 내 재고수량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를 호가하는 롤렉스 시계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1천만~3천만 원짜리 시계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가 제품 구매를 위해 밤샘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공을 기울이는 것은 남들과 차별화되는 제품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베블렌 효과'와 함께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가치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B(35) 씨는 "롤렉스 한 제품 경우 최근 가격이 1천만원에서 37만원 더 인상됐지만, 중고시장에 내다 팔면 오히려 프리미엄까지 붙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빈부를 떠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트렌드 변화도 이런 열풍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유통가 소비 트렌드도 극심하게 양분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다른 제품은 다 초저가를 쓰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단 하나에는 아무리 비싼 돈도 마다하지 않고 투자하는 경향이 생겼다. 초고가 명품이 오히려 열풍을 빚는 기현상이 생긴 이유"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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