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세계화 재단 대표/전 주핀란드 대사
핀란드 공평하고 중립적인 역할
동서 진영 모든 국가로부터 신임
북핵문제 해결 중재자 역할 자임
우리 정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
2015년 7월 6일, 헬싱키의 핀란디아 홀이 40년 만에 다시 세인의 주목을 잔뜩 끌었다. 핀란드가 자랑하는 세계적 건축가 알바르 알토가 설계한 이 순백의 대리석 건물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원국 고위급 대표 300여 명이 모여들었다. 냉전시대 데탕트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헬싱키 의정서 채택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헬싱키 정신을 회상하며'라는 주제로 개최된 OSCE 24차 총회 개막식에서 핀란드의 니니스퇴 대통령은 "오늘 OSCE가 핀란디아 홀에 되돌아왔다"고 엄숙하게 선언하였다.
1975년 8월 1일, 미국'소련을 포함한 동서 양 진영 국가원수 35명이 핀란디아 홀에 모여 서명한 헬싱키 의정서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탄생시킨다. 유럽 내 동서 양 진영 간 화해 협력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는 CSCE는 냉전 종식 후 국제기구로 승격되고, 이름도 '회의'(CSCE)에서 '기구'(OSCE)로 개칭된다.
흔히 '헬싱키 프로세스'로 명명되는 이 의정서 채택 과정에서 핀란드가 보여준 정직한 중재자(honest broker) 역할은 중재 외교의 모범사례로 꼽을 만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은 서방으로부터 전후 새로 형성된 국경에 대한 현상 유지를 승인받고 싶은 마음에 유럽안보회의 개최를 희망한다. 소련은 폴란드와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통하여 이러한 구상을 제안하지만, 서방 국가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만 받을 뿐이다. 이때 소련의 시야에 잡힌 것이 핀란드다. 1966년 파시오 핀란드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 시 소련은 핀란드가 이 회의 소집에 총대를 메 줄 것을 요청한다.
소련과 두 차례의 전쟁(1939년의 겨울전쟁과 1941~44년의 계속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서방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을 절감한 핀란드는 소련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중립 추구를 궁극적 외교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하여 소련이 핀란드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대하여 갖고 있는 의구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핀란드는 절대 반소 동맹의 전초기지가 되지 않을 것임을 수시로 확약한다. 1972년 동·서독을 모두 승인한 것도 이를 위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핀란드는 유럽안보회의의 중립적 주창자가 될 경우, 소련의 신뢰를 확보함과 동시에 자국의 중립적 지위를 고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소련이 전 유럽국가에 회의 개최 제안서를 발송하자, 핀란드는 1969년 5월 5일 미국, 캐나다, 그리고 전 유럽국가에 각서를 발송, 핀란드가 유럽안보회의와 그 준비회의까지 개최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
그러나 핀란드는 동서 양 진영으로부터 모두 의심을 받는다. 서방국가들은 핀란드가 소련의 하수인이 아닌가 의심한다. 동구 국가들은 핀란드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유럽안보회의의 성공 여부는 동서 양 진영으로부터의 신뢰 확보라는 것을 확신한 핀란드는 이를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한다. 본디 대상국가가 아니었던 미국과 캐나다를 초청한 것도 서방의 신뢰 확보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1972년 11월 22일 헬싱키 교외 디폴리에서 개최된 준비회의는 1973년 8월 향후 회의 진행 방법과 절차를 담은 소위 'Blue Book'을 채택한다. 이 과정에서 핀란드는 공평하고 중립적인 개최국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핀란드의 외교적 노력은 진영을 초월, 모든 참가국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후 제네바 협상을 거쳐 1975년 헬싱키 의정서가 채택되는 데에는 당시 조성된 데탕트 분위기를 도외시할 순 없다.
하지만 동서 양 진영으로부터 확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핀란드의 정직하고 공평한 중재 외교가 큰 역할을 하였음도 부인할 수 없다.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재자 내지 촉진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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