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2.4%의 명예혁명

입력 2019-04-01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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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의 명예혁명

2019년 3월 마지막 한 주, 2.4%라는 숫자가 언론 매체의 머리에 자주 등장했다. 시작은 월요일인 25일 아침,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였다. 한경연은 올해 우리 경제가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낮아진 2.4%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투자 예산을 19조 8천 억으로 늘렸음에도, 건설 투자가 지난해보다 5.0%나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다들 울상이다.

다음 2.4%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의 표결 결과에 등장한다. 조양호 한진 회장의 대한한공 등기이사 재선임안이 2.4% 차이로 부결된 것이다. 지레 겁 먹은 아시아나는 회계보고서를 크게 고쳐 작성하고, 박삼구 회장이 퇴진했다. 결과적으로 2.4% 때문에 양대 국적 항공사 총수가 모두 타의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전경련과 경영자총협회는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기업 총수의) 연임이 좌절된 것은 우려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의결권 자문회사들은 '황제식 경영문화를 종식시키는' '자본시장의 촛불혁명'이라고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였다. 더 찾아보니 2016년 이맘때도 2.4%가 대서특필된 적이 있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3부자를 포함하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2.4%라고 발표했다. 불과 2.4%로 재계 서열 5위인 거대 기업 전체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최대 24단계의 복잡한 출자 단계와 67개의 순환출자(신동빈 회장 들어 349개를 '과감하게' 정리한 결과다.)를 통해.

2.4%라면 대부분의 통계 조사에서 표본 오차에 불과한 작은 숫자다. 현실에서 2.4%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웃기고 울리고, 거대 기업을 휘두르고 총수를 내린다. 입헌군주제인 영국에서는 1688년 명예혁명 이후 '국왕은 군림하나 통치하지 않는다(The King reigns but does not rule.)'는 원칙이 확립돼 있다. 우리도 이제 부도덕하거나 무능한 '2.4% 총수'에게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원칙을 적용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김구철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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