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1일 구미시 해평면 안동 고씨 문중 묘 이장 과정에 명종 때 사마시(1549년)와 대과(1561년)에 급제한 뒤, 경주부윤 등을 지낸 두곡 고응척(1531년-1605년)의 미라가 나왔다. 관에 석회를 발라 밀폐시킨 회곽묘(灰槨墓)여서 시신이 썩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곡의 미라나 1972년 중국 장사(長沙)에서 발굴된 B.C2세기 마왕퇴 미라는 밀폐매장에서 생긴 천연미라다. 영생을 목적으로 시신 자체를 미라로 만들던 풍습의 유래를 따라가 보자.
◆알타이 파지리크... B.C4-B.C3세기 인공제작 미라 출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 에르미타쥬 박물관으로 가보자. 시베리아 알타이 공화국 파지리크의 B.C4-B.C3세기 무덤에서 출토한 백인 미라는 무덤 조성과 함께 물이 스며 꽁꽁 언 상태로 2천 4백여 년 전 원형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러시아 고고학계는 스키타이인으로 본다. 북어처럼 바짝 마른 미라의 배를 보자. 피부를 꿰맨 흔적이 남았다. 인공적으로 만든 미라라는 것을 말해준다. B.C 5세기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스키타이인들도 미라를 만든다고 기록한다. 스키타이의 미라 제작 풍습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스키타이 미라…알렉산더 미라 기원은?
스키타이와 접촉했던 그리스 문명권의 테살로니키 근처 베르기나로 가보자. 1977년 발굴된 필리포스2세 무덤에서는 화장해 유골만 담은 유골함이 발굴됐다. 그의 아들 알렉산더도 화장했을까? B.C333년 터키를 시작으로 이집트에서 중앙아시아까지 불과 10년 사이 정복한 알렉산더가 B.C323년 메소포타미아의 역사고도 바빌론에서 숨지자 부하장군들은 이집트에서 기술자를 불러 알렉산더 시신을 미라로 만들었다. 미라는 B.C25세기 이집트에서 본격화된 거다.
◆이집트 미라 제작, 건조에 40일, 총 70일
런던 대영박물관 2층 이집트 전시실의 B.C7세기 여성미라를 보자. 헤로도투스가 이집트에서 관찰한 미라 제작과정을 6단계로 나눠 이 여성 미라가 어떻게 제작됐는지 살펴보자, (1)세신(洗身). 나일강물로 시신을 깨끗이 닦는다. (2)장기분리. 끝이 구부러진 탐침을 코로 넣어 뇌를 꺼낸다. 이어 왼쪽 옆구리를 절개해 폐, 간, 위장, 창자를 핀셋으로 집어낸다. 심장은 피만 빼고 둔다. 심장에 인생이력이 담겨 저승심판 때 필요하다고 여긴 탓이다.장기는 4개의 용기에 담겨 미라와 함께 안치됐다. B.C16세기 이후 장기 용기 4개의 뚜껑을 호루스의 네 아들(사람, 원숭이, 자칼, 매)로 조각했다. 유전공학으로 불가능한 가족구성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3)시신 건조. 나트론(천연소금)에 넣어 40일 동안 체액과 습기를 모두 흡수한다. (4)시신 메우기. 바짝 마른 북어처럼 쪼그라든 시신에 흙, 톱밥, 천을 집어넣어 생전 크기로 만든다. (5)방부처리. 식물기름이나 레바논에서 수입한 송진을 시신에 바른다. (6)붕대 감기. 아마포 붕대를 6단계에 걸쳐 감는데, 연어색 붕대를 맨 마지막에 감아 완성시킨다. 총 70일 걸렸다.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 파라오 미라 17구
이렇게 만들어진 미라 탐방의 핵심은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이다. B.C15-B.C11세기 파라오 미라 17구가 영면을 취한다. 그중 대표적인 미라는 1924년 2월 12일 두께 2cm-3.5cm, 길이 1.87m, 무게 110.4kg의 엄청난 금관 속에서 나온 투탕카몬(재위 B.C 1334년-B.C 1325년) 미라다. B.C 1212년 재위 67년에 92살로 숨진 것으로 보이는 람세스 2세 미라의 경우 자꾸 훼손돼, 1976년 빠리로 옮겨 보수를 받았다. 이때 국빈 대우로 예포 발사 세레모니도 진행됐다. 죽어 3200년 지나서도 태양왕 대접을 받은 거다. 현대 들어서도 미라를 만드는 경우가 있으니... 레닌, 모택동, 김일성... 공산 독재국가 지도자라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김문환 세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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