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중재역 발걸음 다시 시작

입력 2019-03-29 17:18:12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 10∼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워싱턴DC를 찾아 한미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방미는 정상회담 만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 10∼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워싱턴DC를 찾아 한미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방미는 정상회담 만을 위한 '공식실무방문'이다. 연합뉴스

성과 없이 끝난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대화 국면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방미 일정을 기회로 중재자 역할을 위한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북미 간 견해차를 파악하는 데 주력해온 문 대통령이 이른바 톱다운 방식을 통한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가 29일 문 대통령의 다음달 방미 및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함에 따라 문 대통령은 탐색전을 끝내고 행동 개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비핵화 교착 상태를 직접 나서 타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면서도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해 왔다. 비핵화 담판이 결렬된 배경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당장은 회담 내용을 재구성하고 북미의 진의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핫라인 가동을 비롯해 한미 간 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해 왔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지난 6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난 것 등이 그 증거다.

북한과의 공개적 접촉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판문점 연락 채널 등이 상시 가동됐고 연락사무소도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역할을 계속하고 있어 청와대와 정부는 비핵화와 관련한 북측의 의중도 충분히 파악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런 여러 과정을 통해 하노이 회담의 결렬 원인, 비핵화 로드맵을 둘러싼 북미 간 견해차에 대한 '공부'를 끝낸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두 정상이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두 정상은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카드 만들기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단계적 접근론'과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론' 사이에 현격한 입장 차이가 확인된 가운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간 접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문 대통령은 안고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이 숙제를 풀어가는 자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7일 기자들을 만나 "일시에 완벽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은가"라고 말해 '빅딜'은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결국 문 대통령은 교착 상태의 장기화를 막는 동시에 '굿이너프딜'(충분히 괜찮은 딜)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유지해 '빅딜'에 이르는 카드를 만들자는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포괄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게 하고 이런 바탕에서 '스몰딜'을 '굿이너프딜'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도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끊이지 않고 나왔던 '한미 공조 엇박자'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불식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미국은 북한에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면서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같은 미국의 태도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을 추진할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상반된 것으로 비치면서 '한미 갈등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워싱턴 방문을 통해 한미 간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한 '접점'을 찾는다면 이후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확인하는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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