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월터 아이작슨 지음/아르테 펴냄

입력 2019-03-28 10:17:28 수정 2019-03-28 15:50:06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7천200여 페이지 분량의 메모를 연구해 책으로 펴냈다.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7천200여 페이지 분량의 메모를 연구해 책으로 펴냈다.

한 사람이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과학자, 문학가, 해부학자, 천문학자, 심지어는 요리사로 까지 이름을 남겼다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중 하나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2019년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0주기가 되는 해다. 1452년 태어나 1519년 6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후 500년이 지났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과 그의 삶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월터 아이작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7천200페이지 분량의 노트를 연구한 끝에 그의 작품과 삶을 아우르는 전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내놓았다.

◆21세기에도 가장 혁신적인 15세기 인물

20여 년간 '타임' 지의 편집장을 역임하고, CNN의 CEO를 지낸 저널리스트이자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 그는 이 시대의 핵심은 '창의성'이며, 다양한 분야 사이의 접점을 찾는 데서 창의성이 비롯한다고 말한다. 창의성에 가장 큰 재능을 보인 인물이 바로 15세기를 살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것.

레오나르도는 천재다. 지은이는 그의 천재성을 '인간적 성격'을 띠었다고 말한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처럼 초인적인 두뇌를 타고난 게 아니라 학교 교육을 거의 못 받다시피 했고, 라틴어를 읽거나 복잡한 나눗셈을 할 줄 몰랐다. 그는 타고난 천재이기보다는 끊임없는 호기심을 상상력과 노력으로 해결하며 스스로 천재가 된 인물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것은 그가 작성한 방대한 양의 수첩에 그대로 드러난다.

책은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로 전 세계인에게 깊은 감명을 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도 소개한다. 그의 작품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여기는 천재성, 즉 노력 없이 주어지는 능력에 말미암은 것이 아니다. 걸작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지치지 않는 관찰과 연구, 그리고 경계 없는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는 많은 미완성작을 남겼는데, 선입견이라는 것이 없었으며 진리는 늘 새로이 발견되는 것이었기에, 작품은 늘 완성으로 가는 과정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이 맺는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고, 과학적인 사고를 통해 이성적인 판단을 했으며, 종교적 사유도 거침없이 뒤집었다.

◆인간적인 모습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상상력과 창의력은 자주 요구되는 핵심 자질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개인의 역량인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지은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통해 창의성이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할 때 더욱 크게 발휘되며, 혁신은 바로 그 현장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혼자 작업하기보다는 늘 동료와 제자,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그 분야에 더 박식한 사람을 찾아 질문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던 시대에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늘 가까이 일했고, 여유 시간에는 광장으로 몰려가 어떤 주제로든 토론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이질적인 분야의 아이디어를 융합하고 창의력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그를 있게 한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재능뿐 아니라 멋진 외모, 근육질 몸매, 다정한 성격 등 매력이 넘쳤고, 동시대를 살았던 저명한 지식인 수십 명의 편지에서 '소중하고 사랑받는 친구'로 언급된다. 하지만 그가 가진 조건은 사랑스럽지만은 않았다. 사생아로 태어났고, 동성애자라는 설도 존재한다. 또 동물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은 후 채식주의자로 살았고, 이성적 사고를 중시하다 보니 종교적 시선에서는 이단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루 사랑과 존경을 받고, 권력자들의 후원을 받았다.

지은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천재성이 돋보이는 지점뿐만 아니라 실수나 좌절, 고통의 순간 등 '인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습을 그려냈다. '코덱스 레스터'라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첩을 소장할 만큼 그에게 큰 관심을 가진 빌 게이츠는 "수년간 레오나르도에 관한 상당히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러나 한번도 그의 삶과 작품의 다른 면모에 대해 만족스러울 만큼 잘 살핀 책은 찾지 못했다"며 "독자들에게 레오나르도가 얼마나 인간적인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를 알려줄 것"이라고 서평을 남겼다. 720쪽, 5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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