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미세먼지 대책, 현황과 과제는

입력 2019-04-01 06:30:00

대구시교육청 5월말까지 전체 학교에 공기청정기 설치…“재난급 미세먼지, 체계적 대응 필요”

고농도 미세먼지 탓에 교육당국이 공기청정기 조기 설치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매일신문 DB
고농도 미세먼지 탓에 교육당국이 공기청정기 조기 설치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매일신문 DB

계절을 가리지 않고 미세먼지가 연일 하늘을 뒤덮으면서 교육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육당국은 실외 체육활동 제한은 물론 교실 내 미세먼지를 걸러내기 위한 공기청정기 보급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보다 체계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기청정기 조기 설치 등 대책 마련

정부는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7월부터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실에 공기정화 설비 및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학교보건법 개정안' 등 미세먼지 관련 법안 5건의 제·개정을 의결했다.

학교보건법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의 장이 교실의 공기질을 점검할 때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또는 학부모의 참관이 허용되고, 연간 1회 이상 실시하던 공기질 위생점검은 반기별로 1회 이상 해야 한다.

이처럼 고농도 미세먼지 탓에 정부뿐만 아니라 각 시·도교육청과 지자체들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거주지와 학교 주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인 경우 천식·알레르기·호흡기질환 등 미세먼지 민감군 학생은 학년 초에 받은 진단서와 학부모 연락만으로 '질병 결석'을 인정해주기로 했고, 경남 창원시는 학교 흙 운동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막기 위해 일부 학교 운동장에 미세먼지 억제제를 살포하기도 했다.

대구경북 각 교육청도 모든 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나섰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말 유치원 모든 학급에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완료한 데 이어, 내달 말까지 지역 초·중·고교 등 818개교(1만3천711학급)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애초 올해 여름방학까지 초등학교 전체 학급에 공기순환기·공기청정기를 함께 설치한 뒤 연차적으로 중·고교에 확대하겠다던 방침을 앞당긴 것이다.

경북도교육청도 원래 계획보다 2년 앞당겨 올해 말까지 전체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추경에 123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학교 50곳(2천703학급)에 전열교환 환기장치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천장덕트형 공기순환기 미세먼지 필터 장착과 공기청정기를 동시에 설치해나가기로 계획했으나, 공기순환기 설치의 경우 비교적 공정이 까다로워 우선 공기청정기를 5월말까지 전체 학급에 들여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산단 주변 특별대책 수립 등 과제

대구시교육청의 공기정화장치 설치 사업이 이처럼 공기순환기와 공기청정기를 동시에 설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양원호 대구가톨릭대 교수의 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

양 교수는 지난해 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통해 교실 내 공기정화를 위해서는 공기청정기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순환기를 함께 설치하는 복합형 공기정화시설을 제안한 바 있다.

대구시교육청 산하 대구미래교육연구원은 지난달 27일 별관 2층 카페 혜윰에서 양 교수와 손장호 대구교대 교수,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을 초청해 '미세먼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 좌담회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를 소재로, 교실 내 미세먼지로 인한 학습권 방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구교육청의 교육적 대책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좌담회에서 양 교수는 "학교 교실 실내 공기질은 학생의 집중력과 결석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학생들, 특히 고등학생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실내 공기질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 결과 미세먼지(PM10 기준) 제거 효율은 바닥상치형과 공기청정기를 함께 설치한 복합형이 71.6%로 가장 높고, 이산화탄소 제거 효율도 복합형(58.0%)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 교실에서 1년간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연속 측정해 공기질 평가 및 정화장치 효율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손 교수는 "제한된 공간 내의 공기정화장치는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며 "환경, 에너지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남 센터장은 미세먼지에 대한 대구시의 대책과 독일 'City Tree' 등 해외 미세먼지 저감 사례를 소개한 뒤 학교 공기정화장치 효과성에 대한 검토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염색산단 등 산업지역 인근 학교 특별 관리대책의 필요성 등 학교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과제를 제시했다.

남 센터장은 "공단지역, 도로변 등 대규모 오염원 지역에 대한 특별 관리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미세먼지도 이제 재난이다. 교육청 중심으로 일선학교와 연계한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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