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 선임기자의 Focus On] '앙꼬' 없는 찐빵, 대구?  

입력 2019-03-28 16:59:37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

왠지 찜찜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 방문과 올해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그리고 한국물기술인증원 대구 유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9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 참석, 대구 물산업클러스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면서 "연구개발, 기술 성능 확인과 인증, 사업화, 해외시장 진출까지 전 분야에 걸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국비 2천409억원을 투입해 달성군 구지면 일대에 조성 중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대구에 위치에 있지만, 국가 100년 대계를 바라보고 진행한 국책사업이다. 대구시는 2023년까지 2천429억원을 들여 ICT와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유량, 수질을 원격 관리하는 '스마트워터시스템' 조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런데 지역 경제인과 간담회에서 나온 뉘앙스는 좀 다른 느낌이다. "물기술인증원이 대구로 오도록 도와달라"는 경제인들의 요청에 대통령 대신 환경부 차관이 나섰다. "현재 (한국물기술인증원 입지)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고, 지역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은 얼핏 공정하고 중립적인 언급처럼 보이지만 국가물산업클러스터와 한국물기술인증원 설립 주무부처가 환경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말이기도 하다.

'클러스터'가 무엇인가? 단순 집적지가 아닌 클러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앵커' 시설·기관이 필요하다. 울산의 현대차를 중심으로 대구경북과 울산·부산으로 자동차부품 산업이 발전했고, LG디스플레이가 파주로 가면서 관련 기업이 집중돼 디스플레이 신도시가 형성됐다. 대기업이 클러스터의 앵커 역할을 한 것이다.

세계적인 하이테크 연구개발단지인 미국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의 경우는 국립보건원 환경보건연구소, 환경보호청·보건후생부 산하 국립독성프로그램(NTP), 육군연구소 등이 앵커기관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국내 물산업(36조 344억원, 2018년)과 세계 물시장(약 1천조원, 2020년) 규모가 크지만 국내 산업 기반은 관련 업체의 66%가 10인 미만 영세기업일 정도로 취약하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앵커 기관은 한국물기술인증원이 될 수밖에 없다. 물기술인증원이 없는 물산업클러스터는 물산업클러스터가 아닌 셈이다. 환경부가 이런 사실을 모를까?

10년 전 대구 신서혁신도시와 전북 오송이 첨단의료복합단지로 함께 지정되었을 때 유치 제안서 작성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기자는 기쁨보다 우려가 컸다. 핵심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오송으로 갔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언제까지 대구가 '앙꼬' 없는 찐빵 신세를 반복할지 걱정스러운 이유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