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특집 1]21세기 다시 쓰는 호텔 개념 정리... 이것은 호텔인가, 수영장인가

입력 2019-03-27 18:30:00

대구의 마리나베이샌즈 노리는 '호텔수성'
별의 별 서비스로 승부하는 '대구 메리어트 레지던스'

"이것은 호텔 객실인가, 파티룸인가, 가정집인가, 요양시설인가."

'호텔이 뭐냐'는 질문에 20세기까지는 답하기 수월했다. 커피숍, 나이트클럽, 객실, 사우나 정도면 충분했다.

21세기의 호텔은 이종교배 실험장으로 바뀌었다. 잠자던 공간에 한정됐던 호텔이 회의 공간으로 확장되더니 예식장을 삼키고 요식업계까지 장악했다.

호텔의 장점은 최대한 살린다. 호텔 지배인의 노하우가 스며있는 객실 관리 시스템이 적용된 레지던스가 탄생했고, 호텔 컨벤션 공간이 웨딩산업에 활용되면서 웨딩의 필수 요소인 뷔페가 전문성을 갖기 시작했다.

주변 환경과 융합도 주저하지 않는다. 대리석 바닥의 웅장한 건물 일색의 호텔이 아니다. 숲속의 호텔이다. 힐링 요양시설 뺨친다. 객실 옥상에 수영장을 만드는 것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호텔의 개념을 다시 써야할 시대가 됐다. 잠만 자러 가는 공간을 넘어선 지 오래다. 개념 재정의의 바탕에는 휴식이 있다. 놀러가는 곳이 된 호텔이다. 호텔과 유원지가 혼용돼 쓰여도 어색하지 않을 기세다.

◆호텔수성, 이건 호텔인가 스파시설인가

온천수를 활용해 오는 6월 그랜드오픈을 앞둔 호텔수성 조망도. 좌측 상단 작은 그림이 루프톱 수영장을 갖춘 신관 객실동이다.
온천수를 활용해 오는 6월 그랜드오픈을 앞둔 호텔수성 조망도. 좌측 상단 작은 그림이 루프톱 수영장을 갖춘 신관 객실동이다.

수성못에서 조그맣게 보이던 붉은색 호텔이 아니다. 그렇다고 적당히 고쳐 만드는 수준도 아니다. 기존 시설과 객실들이 골동품으로 정리되는 수순이다. 대구 1호 관광호텔, 수성관광호텔의 이미지가 없어졌다.

심지어 정체를 정의할 수 없다. 올해 6월중 준공이 목표인 객실 옥상에는 수영장이 생긴다. 하나만 생기는 게 아니다. 수성못을 코앞에서 내려다보는 물놀이장도 들어선다. 이건 호텔인가, 스파시설인가. 온천수가 사용된다니 후자에 가깝다.

호텔에서도 소소한 규모의 수영장은 상상할 수 있다지만 2천300여㎡ 크기다. 웬만한 초등학교 운동장보다 넓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수영장의 미니어처라 부를 만큼이다. 얼마나 자신이 있는 건지 호텔 측에서도 '대온천수영장'이라 이름 붙였다.

필살기는 '신관 객실동(가칭)'이다. 아파트 23층 높이의, 대온천수영장이 들어설 옥상은 호텔 수성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야심차게 짓고 있는 이곳으로는 온천수가 들어온다. 호텔수성은 2017년 온천공을 뚫었는데 지하 1,004미터에서 뽑아낸 pH 9.38의 강알칼리성 온천수다.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온천이라는 데 방점을 둔다.

그러잖아도 고지대인 법이산 중턱에 객실동을 높여 꼭대기 옥상에 장착한 수영장이다. 수성못은 물론이고 팔공산을 보며 유영할 수 있는 구조다.

호텔인지 스파시설인지 헷갈리는 대목은 객실에 있다. 객실 크기가 최소 50㎡다. 평수로는 15평. 원룸보다 큰 것은 물론이고 파티룸으로 써도 아담한 크기다. 참고로 일반 호텔의 객실 면적은 25~30㎡다. 일반 객실의 2배 크기다.

무슨 생각으로 객실 크기를 넓혔나. 가로, 세로 1.7m의 '자쿠지(기포 욕조)'가 들어간다. 객실 내 자쿠지에 들어앉아 대구시내 비경을 볼 수 있다. 이벤트용으로 한두 개 만들었겠거니 여겼더니 그게 아니다. 116개 객실 전부 그렇다.

가격이 궁금한 건 당연지사. 호텔수성 측은 스파, 객실, 수영장, 사우나 등 복합상품 패키지를 고민중이라고만 밝혔다. 단, 비수기에는 20만 원대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일손이 많이 필요해질 거라고 했다. 수성구청에서 최근 세수 확대와 일자리창출 모범 기업 표창도 받았다며 자랑거리로 내세운다.

패키지 상품은 호텔업계에서도 대세가 됐다. 이유인 즉, 호텔의 이종교배 덕분이다. 잠만 자러 오는 호텔에서 벗어나 피트니스, 웨딩, 뷔페, 스파시설까지 갖춰나가고 있어서다. 업종 다양성 추진은 호텔수성이 갖고 있는 신념같은 거였다. 컨벤션센터 공간을 임대하면서도 동종업종 수를 제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런 과감한 호텔수성의 승부수는 주차장 개방과 맞물린다. 1천400대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 애초 수성못 주변 주차난을 덜자는 수성구청과 호텔수성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수성못 주변 주차는 고역이었다. 수성못에 오는 이들이 가장 먼저 검색하는 게 주차장이었을 정도니 말 다했다. 호텔수성은 무료 주차장을 내주는 조건으로 유동인구를 얻었다. 자연스레 컨벤션센터의 활용 가치가 높아진다. 내친 김에 스파시설과 의료관광을 접목하는 방안도 고심중이라는 게 호텔수성 측 얘기다.

호텔수성 웨딩홀 내부. 바깥으로 수성못이 바로 보인다.
호텔수성 웨딩홀 내부. 바깥으로 수성못이 바로 보인다.

컨벤션센터 3층 웨딩홀 가까이 가면 봄 냄새가 짙다. 특이한 방향제를 쓰나보다 생각했더니 살아있는 꽃의 진한 향이다. 김영미 대표이사의 여성 CEO 특유의 고집인지, 컨벤션센터의 꽃은 모조리 생화다. 장시간 이어지는 웨딩과 회의에 잘 어울린다. 더욱이 수성못이라는 대구 최대의 자연 경관이 365일 곁에 있다. 결혼식 주례사가 아무리 길어도 하객은 수성못으로 시선을 던질 수 있다.

'옥상에서 만나자'는 말이 젊은 직장인들의 애환풀이 용도로 국한되지 않는다. 호텔수성은 컨벤션센터 옥상에도 어린이 물놀이장을 만든다. 정리하자면 신관 객실동 옥상에는 대온천수영장이, 컨벤션센터 옥상에는 어린이풀장이 생긴다는 거다. 올 여름에 맞춰 6월 그랜드오픈 예정이다. 이쯤 되면, 휴양지다.

제 아무리 준공 전 청사진이라고 하지만 종류가 많고 화려하다. 무엇보다 기존에 잘 갖춰진 핫플레이스 수성못 주변 상가와 시너지 효과는 불 보듯 뻔하다. 수성관광호텔 커피숍에서 커피 마셔가며 맞선보던 흑역사도 세대를 구분하는 기억이 되어가는 중이다.

"여기에 수성못이 내려다보이던 커피숍이 있었다고요? 언제 적 얘긴가요?"

◆대구 메리어트 레지던스, 이건 호텔인가 내 집인가

이거, 이래도 되는 건가. 정말이지, 별의 별 서비스다. 내 집에서 조식이 나오다니. 도어맨도 있다. 그러니까 무거운 짐을 집 안까지 옮겨다준다. 발레파킹과 항공권 예약은 기본이다. 골프 부킹까지 해준다. 호텔에서는 당연한 서비스일지 몰라도 이곳은 호텔이 아니다.

'레지던스'라는 업계 용어가 붙으면 이해가 빠르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안내 서비스는 물론 세탁, 청소, 식사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회 유명 인사들의 집으로 활용돼 큰 화제가 되었던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가 대표적이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 조감도.
대구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 조감도.

대구에서 선보이는 레지던스는 호텔 브랜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작품이다. 신세계백화점 바로 앞, 옛 호텔제이스 자리다. 그런데 호텔 기능과 레지던스 기능이 한 건물에 섞여 있다. 메리어트 호텔의 명성으로 레지던스와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23층 규모의 건물이다. 3~11층에는 190개 객실을 갖춘 특급호텔 '대구 메리어트 호텔'이, 12~23층에는 137세대의 '대구 메리어트 레지던스'가 들어온다.

레지던스의 매력은 호텔같은 내 집이란 점이다. 무엇보다 최고급 호텔이 관리사무소 역할을 맡아 직접 관리 운영한다. 구체적으로 나열해보면 호텔의 서비스가 그대로 옮겨온 셈인데 그야말로 별의 별 서비스다.

우선 발레파킹과 세차, 차량 관리 등 자가용에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서비스가 있다. 집안 관리 면에서는 청소, 빨래, 의류 등 수선이 들어간다. 아이 돌봄, 식물 관리도 포함된다. 애완동물 케어도 들어가 있다. 물론 일부 서비스는 선택 사양에 들어간다.

잠에서 깨어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아침식사, 운동, 외부 모임 등 일과는 물론 잠자리에 들기까지 입주자의 모든 순간을 지원하는 시스템임을 강조한다. 입주자 관리, 사생활 보호, 보안 등에서 타의추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이다. 인공지능 홈 비서 서비스가 도입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대구 메리어트 레지던스 복층형 모델하우스의 모습.
대구 메리어트 레지던스 복층형 모델하우스의 모습.

109~533㎡로 펜트하우스를 포함한 17가지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태리산 주방 명품가구, 최고급 바닥재의 고급 인테리어로 명품 이미지를 강화한다. 복층형 그랜드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61억원이다.

얼핏 봐도 관리비가 심상치 않다. 기존 고급형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최저임금 등 제반 여건 변화에 따라 달라질 개연성이 높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238㎡(약 70평)에 40~50만원이라는 게 이곳의 예측치다.

이곳 역시 핵심 콘텐츠로 '루프톱 수영장'을 첫 손에 꼽는다. 신세계백화점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건 물론 팔공산이 손에 잡힐 듯 들어온다. 메리어트 호텔의 회원제(예정) 피트니스 센터가 5층을 차지한다. 2천㎡ 피트니스 센터는 체력단련장, 수영장, 사우나 시설로 채운다.

입주자들에겐 이곳뿐 아니라 호텔 레스토랑과 바, 연회장 등에 대한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레지던스 입주민만을 위한 부대시설로 커뮤니티 라운지가 조성된다. 미팅룸 및 방문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마련된다. 내년 12월 입주 예정이다. 전시관 관람은 예약하고 가야한다.

문의=053)242-5301~2.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