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가 벌이는 한심한 포항지진 책임 공방

입력 2019-03-23 06:30:00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영향을 준 촉발지진'이라는 정부 조사연구단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마자 여야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이명박 정부 때 일이니 과거 정부의 책임이라고 둘러대고,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계속 방치했다며 서로 욕을 해대는 상황이다. 지진으로 지난 2년간 큰 고통을 겪어온 포항 시민은 안중에도 없이 여야가 책임 떠넘기기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종합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열발전소 건설이 국책사업으로 진행됐고,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 결과적으로 포항지진을 촉발한 점 등 인재로 드러난 이상 완전한 복구와 피해 보상을 서둘러달라는 요구다. 이 시장이 강조한 대로 정부와 국회가 후속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정치 공방에만 골몰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자 정치권의 무감각과 무능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다.

현재 정부와 국회가 염두에 둘 것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고 여태껏 재산상의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받아온 포항 시민들이다. 지진 원인에 대한 발표가 나오자 많은 시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 줄줄이 동참할 정도로 민심이 격앙돼 있다. 이로 볼 때 흥분한 민심을 달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팔을 걷어붙여도 시간이 빠듯하다. 그런데도 서로 감정의 날만 바짝 세워 책임 공방을 벌이는 것은 국민대표기관인 국회 직무를 내팽개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정치권이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후속 조치 마련을 게을리하거나 서로 책임을 눙친다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국회와 정부에 쏠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내 편, 네 편 따질 때가 아니라 빈틈없는 후속 대책 마련에 여야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야 한다는 소리다. 당장 정쟁을 멈추고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는 한편 재건 사업에 허점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또 지열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정부와 관련 기업의 명확한 책임 소재 파악 등 진상조사 착수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에 대한 보상 방안 마련에도 작은 실수나 소홀함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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