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르바예프 '국부'로서 영향력 유지할 듯…안보회의 의장·집권당 당수로 남아"
"리콴유 방식 응용할 듯, 다리가가 대권 잡더라도 아버지 영향력 하에 있을 듯…임시 대통령 토카예프는 중계역"
30년 동안 카자흐스탄을 장기 집권해온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79)이 전격 사임한 후 그의 장녀 다리가가 실질적인 권력 계승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나자르바예프 사임 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전(前) 상원의장이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내년 대선 전까지 정국을 관리하는 중계자 역할을 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카예프는 나자르바예프의 최측근으로 임시 대통령 취임 후 나자르바예프가 여전히 '엘바시'(민족 지도자)로서 국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나자르바예프가 형식상 국가 최고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국부(國父)로 추앙 받으며 막후에서 계속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나자르바예프는 19일(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대국민연설을 통해 자진 사임을 전격 발표하면서 "생의 마지막 날까지 여러분과 함께하면서 (나라를 위해) 일할 것이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가 대통령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안보회의 의장, 여당인 '누르 오탄'(조국의 빛줄기) 의장, 헌법위원회(헌법재판소 격) 위원직 등을 유지함으로써 권력과 영향력을 남겨 놓았다.
나자르바예프는 내년 중반으로 예정된 대선 때까지 자신의 정책을 승계할 후계자를 띄우는데 주력할 것이며 그 후계자는 장녀인 다리가(55)가 꼽히고 있다. 다리가는 임시 대통령에 취임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전(前) 상원의장의 뒤를 이어 의장에 선출됐다. 누르 오탄당 원내대표와 카자흐 부총리를 지낸 다리가는 2016년 9월부터 상원 의원직을 맡아왔다.
다리가가 아버지의 구상대로 내년에 대권을 승계하더라도 아버지의 영향력 하에서 권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에 권력의 폭이 '엘바시'인 아버지만큼 절대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정치컨설팅업체 프리즘(PRISM)의 카자흐 전문가 케이트 말린슨은 20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자르바예프가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초대 총리처럼 비공식적으로 카자흐 통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나자르바예프가 영향력 있는 기업인들과 정치 엘리트 사이의 이해를 조정하고 주요 이웃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 등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란 설명이다. 나자르바예프는 자신의 임기 중에 안보회의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으며 지난해에는 안보회의 종신 의장으로 남을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카자흐 의회는 지난 2010년 나자르바예프에게 '엘바시' 지위를 부여한 바 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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