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현장 혼란과 상처 더 키우는 학교폭력 징계 취소 소송

입력 2019-03-21 06:30:00

학교폭력 징계를 둘러싼 불만이 법정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면서 당사자 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고 일선 교육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제 자식만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의 이기심 때문에 사소한 다툼까지 분별없이 법정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생과 학교 구성원이 받을 상처가 더 깊어진다는 점에서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3년간 대구 초중고교 450여 곳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2016년 1천190건, 2017년 1천458건, 2018년 8월 기준 801건 등 모두 3천449건이다. 이 가운데 학폭위 처분에 맞서 교육청 등에 재심을 요구한 경우는 2016년 29건, 2017년 59건, 2018년 56건 등 144건이다. 나아가 "징계 처분이 잘못됐다"며 교육청을 상대로 취소무효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10건에 이른다.

사실관계 파악이 잘못되거나 징계 수준이 지나칠 경우 재심이나 법정 판단에 호소할 수는 있다. 교사·학부모 대표로 구성된 학폭위의 징계와 절차가 완전무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가해 학생 부모가 낸 소송에서 법원이 "징계에 문제가 없다"며 모두 학교·교육청의 손을 들어준 것은 그만큼 학교폭력이 심각한 상황이고 이런 배경을 무시한 소송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2011년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되면서 학교는 가해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징계 처분 사항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이런 징계 기록이 진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학부모들이 잇따라 소송을 선택하면서 결국 문제를 더욱 키우는 셈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학교에서 벌어진 폭력과 싸움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피해자, 가해자 구분없이 모두의 상처를 보듬고 심리적 안정, 잘못에 대한 반성이 먼저다. 이런 과정은 등한시한 채 소송에 기대는 것은 부작용만 더 키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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