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머니의 눈물과 '미투' 운동

입력 2019-03-28 11:10:23 수정 2019-03-28 18:59:29

손창민 위덕대학교 석좌교수

손창민(위덕대 석좌교수)
손창민(위덕대 석좌교수)

빅뱅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파문이 일파만파다. 이번 사건은 '몇몇 파렴치한 스타의 범죄'나 '연예계 특수성'에만 초점을 맞춰 바라볼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거세게 제기된 불법 촬영물, 웹하드 카르텔, 그리고 단톡방 성희롱 문화 등과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문제다. 이런 범죄의 근저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문화 때문이다.

2018년엔 최고 권력 기관인 검찰 내에서 여검사에 대한 성희롱 및 성추행이 있었다는 현직 검사의 폭로가 있었다. 이후 문화·예술계와 스포츠계에서도 '미투 운동'이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경악하게 한 것은 고등학교에서도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이 만연했다는 '스쿨 미투'다.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 중 80% 이상이, 남성은 약 50% 정도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과거에 여성의 'NO'는 'NO'가 아니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만연했던 시절에 여성의 의견은 참조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자기주장이 확실한 여성을 드센 여자라고 폄하하는 등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교 현장에서 약자인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을 한 당사자들이 '딸 같아서 그랬다'고 어이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부분이 많다.

여성들에 대한 편견은 정치권에서 더 심각하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작성한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요인 분석 및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에는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편향적인 페미니즘 교육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젠더 갈등으로 진단하는 것은 여성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수준을 대변해준다.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집권 여당 국회의원의 말처럼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젠더 갈등 때문이 아니라 현 집권 여당과 정부의 편협한 시각과 정책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어린 시절을 기억해 보면 집 안 한구석에서 울음소리를 삼키며 눈물짓던 어머니를 보며 이유도 모르고 같이 목 놓아 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미투 운동'을 보면서 집 안 한구석에서 눈물을 훔치던 우리 어머니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여성들은 소수의 드센 여성이 아니라 학교직장에서, 그리고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눈물을 삼키던 바로 우리 어머니이고 누이이고 딸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왜곡되고 그릇된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가족이다. 어린 시절 이유도 모르면서 목 놓아 울던 울음으로 어머니를 위로했다면 이제는 같이 아파하고 공감하면서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그들을 우리 사회의 한구석에서 눈물짓게 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의무가 아닐 것이다. 그것이 가족의 생계와 생존을 위해 세상 풍파에 맞섰던 아버지들처럼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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