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중 한 구절이다. '대구의 봄'은 언제였을까? 20여 년 전 IMF를 알기 전 동성로에 봄꽃이 볼만했었다.
그 시절, 재계 30위권으로 성장한 지역 건설사는 방송사까지 설립하고, 경쟁관계의 또 다른 건설사는 하늘을 찌를 듯한 랜드마크를 짓고, 그 아래 테마파크에서 청춘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서울 백화점을 무색하게 할 유려한 조형미의 대형 백화점이 주말마다 고객 차량으로 인근 도로를 마비시키던 그때 대구의 봄향기가 아련하다.
화려한 대구의 '모란'은 모두 떨어지거나 거의 시들어 서럽게 연명하고 있으니, 대구의 봄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대구의 꽃놀이가 한창이던 1993년 즈음, 당시도 대한민국 최정상이던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세계 주요 도시를 둘러본 임원들과 독일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자"며 '신경영'을 선언했다. 대구의 봄보다 몇 배는 화려한 꽃놀이 중에도 그들은 혁신과 도전을 선택하고 실천한 결과 꽃이 지기는커녕 100배 더 화려한 꽃을 전 세계에서 피우는 중이다. 오늘도 그들은 혁신을 외친다.
우리는 그들을 고향 기업이라며, 위로한다.
성장은 멈추고 순환 경쟁이나 상호 비판이 없는 동종 교배의 도시라는 비아냥이 들릴 법도 한데, 우리에게 혁신이나 변화는 그저 귓전에 맴도는 선언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모란이 피던 20세기에 머물러 '대구병'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이런 대구병을 치유해 나갈 시정부의 현안은 어떠한가?
10년 전부터 낡고 비좁아 터진 시민의 일터가 빈 사무실을 찾아 이리저리 이사를 밥 먹듯 하면서도, 타 도시들이 자랑하는 시민전망대와 문화공간 그리고 화려한 홍보전시관을 바라보기만 할 뿐 대안은 그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제 비워둔 경북도청 이전터에 세를 마련한 정도로 숨통은 열어 두었다니 반갑다 할지 다행이라 할지 고민스럽다. 이제 꽃이 피지 않는 봄을 대구는 익숙해한다. 소박한 현실, 낮은 포부에 안주하려면 또 다른 영웅을 찾아보자.
대한민국 번영의 주역 중 한 사람인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은 "이봐 해봤어?"라는 명료한 화법으로 도전 의식을 일깨우고 자동차와 조선 강국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었다. 초일류 도시 대구의 꿈은 현대의 도전처럼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지 않은가? 내리막에 안주하는 사회는 중력을 이길 수 없고, 가속력과 함께 나락으로 향한다. 하락을 전환할 혁신적 계기가 필요한 대구의 신청사는 모든 가능성을 두고 열린 사고로 미래를 위한 최선의 결과를 향해 도전해야 한다. 중심, 역사, 전통이 아니라 혁신과 도전이 유일한 대안이다.
일류에서 초일류가 되려는 혁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다. 무에서 출발한 세계 최고를 향한 기업가의 도전이 없었다면 무역 강국 대한민국도 없었다. 세계 최고를 향한 혁신과 도전으로 새로운 대구를 위한 과감한 출발을 해보자. 조선소 설계도만 들고 전 세계의 선주들을 찾아 세일즈하던 심정으로, 꿈의 청사진을 들고 대구의 구석구석을 찾아 희망의 터를 닦아 세계 무대에 내놓을 수 있는 걸작을 준비하자.
대구 땅 어디라도 꿈과 희망의 자리라면 혁신적 설계를 하고, 벽돌 한 장마다 대구시민의 정성을 담아 초일류 도시를 향한 도전의 신청사를 지을 때까지 대구시민은 '아직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찬란한 대구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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