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두 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의 통역을 맡은 알렉스 윤(31·이하 알렉스)은 자신의 업무를 '케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통역은 기본이고 비자, 세금, 음식 등 외국인 투수의 한국 생활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 올해로 3번째 시즌을 맞는 알렉스는 "저희끼리 장난으로 저를 '베이비 시터'라고 종종 부른다. 스프링캠프 초반에는 화장실을 갈 때도 제게 얘기하고 갈 정도"라고 했다.
자신이 외국인 투수의 눈과 귀, 손과 발이라는 알렉스는 최근 삼성의 새 외국인 원투펀치인 덱 맥과이어, 저스틴 헤일리와 항상 붙어 다닌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들의 숙소를 찾아가 택시를 불러 함께 야구장을 향한다. 알렉스는 "외국인 투수가 두 명이다 보니까 야구장에선 그날 선발 등판 하는 선수를 중심으로 붙어있다"며 "그러면 혼자 있게 된 나머지 선수가 자기만의 시간이 생겨 무척 좋아하는 눈치다"고 말했다.
알렉스는 지난겨울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적이 있다. 입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맥과이어와 헤일리가 알렉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계정을 팔로우해 버린 것이다. 눈치 빠른 팬들이 이를 확인하면서 삼성의 새 외국인 원투펀치 면면이 구단의 공식 발표가 있기도 전에 세상에 알려졌다. 알렉스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아직도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고 했다.
그는 "최초에 이 친구들한테 SNS를 조심하자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며 "특히 한국에 온다는 사실을 올리지 말라고 했고, 둘 다 '오케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이 둘이 그 후 아무 생각 없이 나를 팔로우 해버렸다"며 "그게 앞으로 함께 지내게 될 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 것 같다. 팬들은 그걸 바로 캐치한 거다"라고 웃었다. 그는 이른바 '팔로우 사태' 이후 SNS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알렉스는 맥과이어와 헤일리의 대구 생활 적응력이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특히 다린 러프를 포함해 3명의 우정이 무척 돈독해 보인다고 했다. 알렉스는 "한국 음식을 못 먹는 외국인 선수가 많은데 이들은 잘 먹는다. 마인드 자체부터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걸 꺼리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러프가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즌 시작 전 제게 연락 와서 새 외국인 투수의 적응을 위해 자신도 돕겠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했다.
알렉스는 숨은 조력자 한 명을 소개했다. 주인공은 연인 이효주(33) 씨. 알렉스는 "여자친구가 외국인 선수 케어를 같이 도와준다. 선수 아내들과 같이 쇼핑을 다니는 식이다"며 "특히 아기를 너무 좋아해서 러프의 아들 헨리와 무척 자주 어울린다. 러프 부부에게 오붓하게 데이트하고 오라 하고, 저와 여자친구가 헨리랑 놀아준 적도 있다"고 했다. 알렉스는 오는 12월 이효주 씨와 결혼할 예정이다.
알렉스는 지금까지 페트릭, 레나도, 아델만, 보니야 등 4명의 외국인 투수를 떠나보냈다. 매년 반복되는 이별은 언제나 슬프다. 알렉스는 "페트릭이 가장 생각난다. 사람이 너무 좋아 베스트 프랜드였는데 그가 떠날 때 눈물이 나더라"며 "둘 다 대구 생활이 처음이어서 서로 의지를 많이 했다. 그가 떠나니까 심적으로 쉽지 않더라"고 했다. 알렉스는 현재도 이들 모두와 연락을 하고 지내는 중이다.
통역하면서 겪었던 애환이 한둘이 아니지만, 알렉스는 삼성에 오게 된 걸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알렉스는 "내가 만약 다른 곳에 있었으면 어떨지 가끔 상상은 해본다. 변호사, 스포츠 에이전트 등을 꿈꾼 적도 있다"며 "상상은 해보지만, 결론은 항상 지금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곳에 와서 대구 여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지 않느냐"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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