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입력 2019-03-12 17:26:55 수정 2019-03-13 10:02:39

일자리 감소와 임금체불 등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이 우리 주변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대학생인 기자의 동생은 지난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해 시급이 1만원을 넘자 호주머니가 두툼해질 생각에 동생은 고된 하루를 마치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첫 월급을 받으면 기자에게도 선물을 해주겠노라고 호기롭게 약속했지만 3월이 된 지금도 기자는 그 선물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임금을 받지 못해서다.

기자 역시 화나고 속상한 마음에 임금체불 신고를 하려는데 동생이 그동안 사장에게 받았던 문자를 보내줬다. 다 읽고 나니 망설여졌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노동부에 현 상황을 전달하고 자금계획 방법들을 전달하겠습니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피로감을 제공해 너무 미안합니다."

줄어든 매출에 인건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사업 장비들을 모두 매각하는 방법으로 전국 업체들을 접촉하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알바생의 경쟁자는 사업자가 아니라 같은 알바생이었고 그마저도 근무시간이 줄어 월급이 쪼그라들었으며, 고용주도 줄어든 매출에 결국 모두의 벌이가 열악해진 상황이었다.

2년 새 30% 가까이 급등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는 이미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저임금과 고용구조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오히려 근로 시간과 급여가 줄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6천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은 35만여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여러 사정으로 물질적 어려움과 정신적 불안함, 사업주에 대한 원망을 겪는 근로자들이 주변에 적지 않음을 말해준다.

대구경북 등 지방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수도권보다 영세업체들이 많고 지역 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기자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복도 집집마다 종이가 붙어있길래 전단인가 봤더니 현관 앞에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입주자님들, 저희 관리사무소 직원 16명이 모두 해고통지를 받았습니다." "저희 직원들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로서 관리단과 용역회사의 '을 중의 을'이지만 한편으로는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부모 또는 남편들입니다."

수백 장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렸을 심정을 떠올려봤다. 피부에 닿는 현실은 정책에 쓰여 있지 않는다는 생각에 답답했다.

2020년 적용할 최저임금도 심의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급속히 올린 최저임금 이후 오히려 일자리 감소와 소득분배 격차는 최대치로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선의에 기반한 정책이라도 현실과 괴리를 좁히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해법이 시급하다.

사람 뽑기는 어렵고 자르기는 쉬운 세상이 된 가운데 최하층 임금노동자들이 감당하고 있는 최저임금의 역설이자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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