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벤허'에 나왔듯이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은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황제가 있는 곳까지 행진했다. 개선식에서 장군을 뒤따르며 노예가 계속 외친 말이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의역하면 '너도 언젠가 죽는다는 걸 잊지 마라'는 뜻이다. 전쟁에 한 번 이겼다고 해서 교만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23년 만에 법정에 다시 선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며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이 떠올랐다. 제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휘두른 대통령들은 대부분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1996년 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전 전 대통령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 또 나왔다.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주거지 및 접견·통신 제한을 받아 '자택구금' 신세다.
유일하게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 옥중에 있다. 탄핵 2년째인 10일 지지 단체들이 전국 곳곳에서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조만간 석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구속 재판 기간이 끝나거나 현직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는 방법이 있지만 두 가지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아들이 구속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년가량 복역하다 사면조치로 풀려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8년간 장기 집권했지만 부하에 의해 시해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장기 독재 집권을 하다 4·19혁명으로 하와이로 망명해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청와대 본관엔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보면서 현직 대통령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나간 대통령들의 영광만 기억했을 뿐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은 돌아보지 않았지 싶다. 그랬다면 대통령들의 비극은 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메멘토 모리'를 외쳐줄 수도 없고, 역대 대통령들의 비참한 순간을 청와대에 초상화로 남겨둘 수도 없고…. 대통령들의 비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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