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고난을 이겨냈을 때 비로소 평가받는 것이다.(스티븐 호킹 서거 1주년을 돌아보며)
2018년 필자에게 가장 비통했던 뉴스는 단연 스티븐 호킹 교수의 서거 소식이었다. 천재 물리학자로 불리던 스티븐 호킹 교수가 작년 이맘때인 3월 14일 타계한 것이다. 나는 사비를 털어 학교에 분향소를 마련했고 인근 학교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와 조문하는 행렬을 지켜보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었던 기억이 난다.
2004년 호킹 교수와의 첫 만남은 아직도 생생하다. 연구를 마치고 기숙사로 갈 때는 어김없이 그의 집 앞을 지나가야 했고 그가 이웃이라는 존재감은 힘든 유학 생활 동안 마음의 위안과 자양분이 되었다. 그는 자상했고 많은 교훈과 영감을 주었으며 그와의 만남은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2007년 그의 모친인 이사벨 호킹과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이브는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2008년 학위를 마치고 그의 오피스에서 감사와 작별의 악수를 했는데 아직도 그의 손에서 전해오던 감촉을 잊을 수가 없다.
호킹 교수는 우리가 흔히 천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다. 그는 20대 초반에 우주는 하나의 특이점에서 탄생한다는 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연구는 그가 루게릭병으로 불과 수년 안에 죽을 거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서 병마와 싸우며 이룬 업적이었다. 병이 진행되면서 그는 거동뿐만 아니라 의사소통도 불가능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1979년에는 뉴턴과 같은 저명한 학자에게 수여되는 루카시안 석좌교수가 되었다. 딸아이의 학비를 벌어보려고 썼다는 '시간의 역사'는 전 세계에 1천만 부 이상이 팔리며 그를 대중적인 스타 과학자로 만들어 놓았고 일반인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지구의 탄생과 우주의 역사로 확대시켰다.
내가 퇴근해 기숙사로 들어가는 자정 무렵에도 호킹 교수의 방에는 항상 불이 켜져 있었다. 환하게 켜진 그의 방 창문은 어두운 골목길을 안내하는 등대와 같았다. 불을 켜고 주무시는가 보다 생각했지만 당시 호킹 교수의 부인이었던 일레인 호킹은 그가 새벽 2시까지 공부하다 잠이 든다는 얘기로 나를 놀라게 했다. 휠체어에 묶인 채 거동은 불편하지만 그의 정신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저 우주의 끝자락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천재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우리는 흔히 머리가 좋거나, 공부 잘하는 사람을 천재라고 치켜세우며 타고난 능력의 소유자임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 교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육체와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면서 연구 업적을 쌓아 올린 노력파였던 것이다. 천재란 어려서 어떤 두각을 나타내고 사라지는 혜성이 아니라 오랜 세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어 갈 때 비로소 대중들로부터 평가받는 것이다. 나는 '천재란 스스로 그러하다는 고난을 이겨내며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죽는 날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 보이는 우리 모두는 천재라고 칭송할 만하다. 너무 일찍 머리 좋은 학생들을 천재나 영재라고 부르며 치켜세우는 것은 어린 학생들의 정서에도, 창의력 발달에도 좋지 않다. 오늘 부족한 아이도 내일 천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