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커튼을 만지자 도마뱀이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몇 년 전 인도에 갔을 때 게스트 하우스에서 겪은 일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도마뱀을 밖으로 쫓아내느라 한참 진땀을 뺐다. 수직벽을 타고 운동장에서 뜀박질하듯이 뛰어다니는 도마뱀을 쫒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처럼 수직벽이나 천정에서도 걸어다닐 수 있는 도마뱀 발바닥을 베끼고 싶어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도마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또 다른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위험이 닥치면 자기 꼬리를 떼어내고 도망가는데 얼마 지나면 꼬리가 다시 자라난다. 주변을 보면 이보다 더 놀라운 재생 능력을 가진 생물들이 많이 있다. 이 중에 플라나리아를 빼 놓을 수 없다. 플라나리아는 심지어 몸을 반으로 잘라도 다시 살아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최근에 과학자들이 놀라운 재생의 비밀을 조금 밝혀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 비밀 속으로 한 발짝 들어가 보자.

◆플라나리아의 재생 비밀이 풀렸다!
생물교과서에 나오는 플라나리아는 하천이나 호수 바닥에 사는 1 센티미터 길이의 편형동물이다. 플라나리아의 몸을 둘이나 셋으로 자르면 일주일 만에 각기 잘린 조각들이 몸의 나머지 부분을 재생해내어 두 마리나 세 마리가 된다. 유튜브에서 플라나리아를 검색하면 일주일 만에 잘린 몸이 재생되는 모습의 동영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몸의 꼬리 부분만 남으면 머리 부분을 재생해내고 머리 부분만 남으로 꼬리 부분을 재생해 낸다. 어떻게 나머지 부분을 척척 알고서 재생해내는 것일까?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이처럼 플라나리아가 재생 능력이 큰 것은 몸의 구석구석에 재생 기능을 가진 줄기세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해왔다.

드디어 몸 전체를 재생할 수 있는 세포를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확보했다는 연구결과가 2018년에 학술지 셀(Cell)에 보고되었다. 미국 스타워스 의학연구소의 알레한드로 산체스 알바라도 연구팀이 플라나리아의 몸에서 몸의 재생에 관여하는 만능줄기세포를 발견했다. 플라나리아가 몸이 잘려도 재생해낸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백년도 더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재생의 비밀을 밝혀주는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결과는 최근에 와서야 얻어졌다. 이 연구팀은 분자생물학, 단일세포 분석, 유동 세포분석 등과 같은 첨단과학기술을 동원하여 성체 만능줄기세포를 활동 전의 상태로 분리해 내었다. 이 성체 만능줄기세포는 말 그대로 몸의 어떤 부분으로도 바뀔 수 있는 세포다. 또한 재생을 돕는 단백질들도 함께 발견되었다. 재생 세포가 테트라스파닌(Tetraspanin)이라는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데 이 단백질이 재생 과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그렇지만 아직 이 테트라스파닌 단백질이 재생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해서 재생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앞으로 좀 더 연구가 진행되면 이 단백질의 역할과 세포의 재생과정이 보다 자세히 밝혀질 것이다. 이처럼 최근에 와서야 플라나리아가 몸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어떤 세포와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밝혀졌다. 플라나리아의 몸 곳곳에 성체 만능줄기세포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몸이 여러 토막으로 잘려도 각 토막이 새로운 하나의 개체로 재생되는 것이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

'도마뱀'이란 단어의 어원을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면 재밌는 내용이 적혀있다. '도마'는 긴 네모의 나무토막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가 부엌에서 요리할 때 파를 써는 그 네모 난 도마가 바로 그 도마다. 도마뱀의 '도마'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도마뱀이 나무토막처럼 딱딱한 껍질로 덮여 있는 뱀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다. 다른 해석은 도마뱀이 꼬리 부분이 도막도막 끊어지는 뱀이라는 것이다. 이 중에 두 번째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처럼 우리말 '도마뱀'에 이미 꼬리를 잘 잘라내는 동물이란 뜻이 들어있다.
등산을 하다 도마뱀을 만나면 순식간에 긴 꼬리를 뚝 떼어내고 도망가 버린다. 잘려나간 꼬리는 마치 어시장의 활어처럼 파닥파닥 튀어 오른다. 도마뱀 입장에서 보면 점심 먹으러 걸어가다가 갑자기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크고 무시무시한 동물이 나타나면 얼마나 놀라고 무서울까? 오죽하면 멀쩡한 자기 꼬리를 떼어내고 피를 철철 흘리며 줄행랑을 칠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 무시무시한 동물이 7살 유치원생이라는 생각을 하면 피식 웃음이 나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도마뱀과, 도마뱀부치과, 장지뱀과 등 여러 종류의 도마뱀이 살고 있다.

도마뱀은 어떻게 그렇게 자기 꼬리를 쉽게 금방 잘라버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은 이렇다. 도마뱀 꼬리 6번째 척추뼈에는 골절면이라는 부분이 있어서 쉽게 꼬리를 잘라낼 수 있다. 그리고 꼬리를 자른 후에 너무 많은 피가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잘린 부위에서 꼬리 동맥을 수축해서 피가 너무 많이 나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잘려나간 꼬리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자라나서 다시 꼬리가 생긴다. 그런데 이처럼 다시 자라난 꼬리는 처음 꼬리와 달라서 위험에 처해도 잘라낼 수 없다. 왜냐하면 다시 자라난 꼬리 부분은 원래 꼬리와 달리 하얀 힘줄이 생겨나서 만들어져 있어서 잘리지가 않는다.
또한 도마뱀 꼬리는 몸의 에너지를 저장해두는 곳이기도 하고 움직일 때에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꼬리가 떨어져 나간 도마뱀은 한동안 꼬리가 재생되는 동안 먹이를 충분히 먹어서 영양을 공급해 줘야하고 움직임도 둔해진다. 이처럼 도마뱀 꼬리 자르기는 무척 신기한 행동이지만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재생이란 손상된 생물의 세포, 조직, 기관 등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현상이다. 우리는 사고로 손가락 하나 잘려도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최근에 플라나리아와 도마뱀의 신기한 재생에 대한 과학적인 비밀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재생에 관여하는 줄기세포와 단백질 등의 물질이 밝혀지고 어떤 메커니즘으로 재생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좀 더 연구가 이뤄지면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꿈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앞으로 보여줄 연구결과가 무척 기대된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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