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황교안의 답'은?

입력 2019-03-08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DJ(김대중)와 YS (김영삼)를 국민 누구나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DJ는 죽을 뻔한 교통사고를 당했고, 두 번이나 사형선고를 받았다. YS는 여당을 박차고 나와 스스로 가시밭길을 걸었고, 23일간의 단식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이들이라고 약점과 치부가 없겠는가. 이들이 현대 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것은 자기희생과 헌신의 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 정치에 이러한 대통령의 자격 준거를 유산으로 남겼다. 대통령이 되려면 인물·치적도 중요하지만, 자기희생과 헌신을 필요로 함을 국민에게 알게 모르게 심어줬다. 대통령의 자격 준거를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 1위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들이대면 흥미로울 것 같다.

황 대표는 반듯하고 부티 나는 느낌을 주지만, 어릴 때 무척 가난했다고 한다. 지난해 출간한 에세이 '황교안의 답'에는 '월남한 고물상의 막내아들이다. 유년시절 도시락을 제대로 챙겨가지 못해 담임 선생님과 나눠 먹어야 했고, 산에서 나물을 직접 따와 식구들의 반찬으로 삼았다'고 했다. 이 책에는 보수에 대한 가치를 언급한 대목이 여럿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바른 가치에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 등이 있으며 이러한 바른 가치를 지키려는 것이 바로 참된 보수다.' 황 대표의 출신, 표방하는 가치관만 보면 어느 정도 합격점이다.

그러나 황 대표의 약점은 상당히 많다. 첫 번째는 희귀 피부병의 일종인 '만성 담마진'으로 인한 병역면제다. 두 번째는 법무부 장관 취임 전 변호사로 17개월간 15억6천만원의 수임료를 번 점이다. 세 번째는 음습하고 이념 편향적 분위기를 풍기는 '공안통'이라는 점이다. '실패한 정권의 총리'라든가 '특정 종교 편향' 논란은 의견이 갈리기 때문에 논외로 치자.

황 대표의 삶에서 자기희생과 헌신의 미덕을 얼마나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이유는 보수 세력의 결집 덕분이다. 중도 세력의 외연을 확장하지 않고는, 대선은 꿈꾸기 어렵다. 황 대표의 정치 생명은 앞으로 얼마나 자기희생과 헌신의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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