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절기는 경칩(驚蟄·6일)이지만 정작 천지를 놀라게 한 것은 화사한 봄기운이 아니라 불청객 미세먼지다. 초미세먼지 공습으로 전국이 일주일째 가쁜 숨을 몰아쉬는 처지다. 올 들어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를 꼽으면 대구는 25일, 경북은 22일을 기록할 만큼 먼지 끼는 날이 일상이 됐다.
한 주 전만해도 미세먼지 때문에 백두대간 너머 영동지방으로 피신한다고 해서 '피미'(避微)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런데 더 이상 피미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5일 제주까지 첫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상황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피미는 가짜 뉴스, '미피'(未避)가 팩트인 것이다.
한반도를 뒤덮은 '먼지 돔'의 원인은 다양하다. 석탄화력발전에다 2천만 대가 넘는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와 난방, 산업체 배출가스 등이 진원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책이라곤 긴급재난 문자 발송이 고작이다. 근본 해결책 마련 없이 중국 탓하며 '중국 프레임'에 기대는 사이 일회성 이벤트에 수백억원의 예산(서울시 사례)을 쏟아붓는 일이 다반사다.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했다. 문제를 풀려면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무리한 탈원전과 값싼 석탄화력발전 확대, 경유 차량 급증 등 정책 역행에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찾는 게 순서다.
미세먼지 상황이 우리보다 훨씬 나은 일본 사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일단 중국과 멀리 떨어진 지형적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크게 달라진 일본 국민의 환경 의식이 희비를 갈랐다. 전 세계적인 디젤 붐으로 경유차 비중이 조금 오르기도 했지만 가솔린·경차를 선호하는 일본 시장 구조는 우리와 판이하다. 2018년 기준 이륜차를 뺀 전체 자동차 보유 대수 약 7천800만 대 중 경유차 비중이 6%도 안 된다는 통계의 의미는 크다.
반면 우리는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나 차량 2부제, 노후 경유차 운행 금지, 인공 강우 등 대증요법이 전부다. 구조 전환이라는 공식 없이는 미세먼지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말로는 '재난'이라면서 비와 바람만 쳐다보는 천수답 방식이라면 '365일 초미세먼지 나쁨'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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