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완 작곡가
많은 어린 학생들이 피아노를 배운다(물론 대학입시가 시작될 쯤에는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레슨을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더욱이 학교수업에서도 음악이 그렇게 큰 비중이 없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이다).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 우리 아이들은 피아노와 같은 악기를 배우며 처음으로 음악과 접하게 된다는 것, 결국 이 시간을 통해 인생을 통해 표현되어질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형성되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린 시절 음악을 접하게 되는 계기를 살펴보면, 많은 경우 자녀들에게 악기 하나정도는 연주 할 수 있는 문화적인 여유를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의 기대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악기를 통해서건, 음악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레슨선생을 통해 연주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익히는 과정 이상의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먼저 레슨과정을 살펴보면, 학생들은 정해진 레슨시간을 위해 한주간의 시간을 보내며 연습한다. 레슨시간이 다가올수록 꾸준히 준비한 학생은 레슨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대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든 그 시간을 모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여러 가지 잘못된 연주법이나 자세, 그리고 음악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을 얻게 된다. 그리고 레슨은 그 다음 주로 이어진다. 사실 악기라는 것이 단시간 안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 단순하고 지루한 시간의 연속일 수 있다. 일주일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선생님'과 진행되는 끝이 없는 도전의 연속, 이러한 과정이 레슨이라고 하겠다.
그럼 이 레슨이라는 과정이 음악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아니라 피아노를 취미로 연주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위에서 말한 '정해진'이란 점은 레슨에서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다. 꾸준히 같은 상황이 반복한다는 점에서 그러한데 이렇게 본다면 레슨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술의 전수과정일 뿐만이 아니라 인내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아주 작은 기쁨을 맛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노력을 쏟고 그 결실을 맛보는 동안 학생은 음악 이상의 인격적 소양이 길러지게 된다. 많은 경우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진도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느리다는 것을 걱정하지만 그건 너무 기술 습득적인 면만을 보기 때문에 그렇다. 어떠한 과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하고 많은 것을 참고 인내해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레슨을 바라본다면 진도라는 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매주 다가오는 레슨시간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준비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정해진대로 지켜지는 사제간의 관계가 기술전달보다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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