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희망프로젝트] 대구 자영업 난이도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네요

입력 2019-03-03 18:09:43

석고방향제 공방 '유어블룸' 운영하는 이유진 씨

공방
공방 '유어블룸'을 운영하는 이유진 씨가 기념일, 여행일 등을 축하하는 글자 틀인 토퍼로 장식한 향초를 선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석고방향제 공방 '유어블룸'을 운영하는 이유진(32) 씨는 요즘 가게 정리에 여념이 없다. 공휴일이던 지난 1일에도 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까지 공방에 나와 집기들을 치웠다. 지금은 카드단말기도 없다.

폐업이냐는 물음에 이 씨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임차료 부담 탓에 따로 가게를 차리기보다는 집에서 일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장사가 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불필요한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공방이 있는 원룸 건물 1층은 임차료가 월 50만원으로 관리비, 전기세 등을 내고 나면 매달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70만원에 이른다. 상권이 낙후돼 있어 매출 대부분이 온라인 판매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부담스러운 액수다.

이 씨는 "보통 공방을 차리면 물건을 파는 것보다 수강생을 받아 강좌를 여는 게 매출 비중이 높은데 접근성 때문인지 공방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며 "반면 온라인 주문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아예 강좌를을 접고 제품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디자인과를 전공, 지역 중소기업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이 씨는 직장 생활에 회의감을 느껴 창업을 결심했다.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1월, 남편 직장이 있던 경남 거제에서 평소 관심 있던 석고방향제를 판매하려고 사업자 등록을 했다. 일을 크게 키우기에는 부담스러워 따로 가게를 내지 않고 집에서 일했다.

거제에서의 창업은 성공적이었다. 온라인 주문도 하루 평균 20개 수준으로 꾸준했고, 공방을 차려 강좌를 열라는 요구가 빗발칠 정도였다. 이 씨는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고 남편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해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했는데 다행이었다"며 "강좌 요청에 출강을 다니다 지쳐 개인 공방을 차렸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하지만 대구에서 자영업자로 성공하기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임차료는 싸지 않은데 경쟁이 훨씬 치열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 씨는 공방을 운영하지 않는 대신 석고방향제 외에도 토퍼(기념일, 여행일 등을 축하하는 글자 틀), 디퓨저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기로 했다. 석고방향제의 경우 최근 경쟁업체가 크게 늘어나 상대적으로 제작 난이도가 있는 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그는 "남편 직장이 왜관으로 바뀌면서 대구에 가게를 냈는데 대도시인 만큼 자영업자가 많아 성공에는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저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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