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심장은 환절기를 싫어해" 돌연사 직접 원인 80% 심근경색 예방법은?

입력 2019-03-05 07:42:13 수정 2019-03-05 17:52:58

남창욱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남창욱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남창욱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한낮의 포근함은 완연한 봄이다. 날씨가 추운 겨울이나 밤낮의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과 같은 허혈성 심혈관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증은 돌연사 직접 원인의 80%를 차지한다. 북한의 최고 존엄으로 불리며 각별한 건강관리를 받아왔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조차 갑작스레 닥친 불행의 덫을 피하지 못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8년 뇌혈관질환으로 쓰러졌지만, 이후 러시아와 중국 순방길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심혈관질환의 병력이 있었고, 아버지인 김일성 또한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한 가족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평소 꼬냑과 시가를 즐기고 복부비만 등 심근경색증 고위험군에 속해 있었다.

남창욱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날씨와 기온이 심근경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교차가 10도를 넘게 되면 심뇌혈관 질환 사망률이 4%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다."면서 "심근경색은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상이 발생한 즉시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찬 공기에 노출되면 피 공급이 줄어든다!

찬 공기에 노출되면 추위를 느끼는 동시에 혈관을 수축시키는 호르몬이 뇌의 명령에 따라 혈액 속으로 보내진다. 또한 체열 발산을 막기 위해서 자율신경이 작용하여 몸 표면의 말초혈관이 수축되고 이로 인하여 피의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심장은 떨어지는 체온을 올리기 위해 더 빠르게 운동을 한다. 이것은 혈압을 상승시키면서 심장에 큰 부담을 가져온다.

환절기나 겨울에는 여름에 비해 몸의 수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진다. 이에 따라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게 되고 관상동맥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는 관상동맥 혈류 장애를 가져온다. 심한 경우에는 심근경색증으로 급사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연구결과에서도 환절기와 10~11월 전후한 겨울철에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아침에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할 때, 또는 아침 운동 중 왼쪽이나 중간 부위 앞가슴에 통증이 발생하고 통증이 목 주위나 왼쪽 팔 주위로 방사될 경우 협심증 같은 허혈성 심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통증은 앞가슴뿐만 아니고 상복부에서부터 목 사이 어디든 발생할 수 있고, 식은땀이 나거나 구역질을 동반하는 체한 느낌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 급성 심근경색의 5가지 증상

관상동맥이 좁아져 혈류 공급이 줄어들어 심장근육에 빈혈이 오는 것이 협심증이다. 협심증은 심근빈혈이 올 뿐 죽지는 않는다. 반면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근육에 혈액공급이 중단되어 심근 세포가 죽는 질환이다. 심근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생긴 피떡(혈전)이 주범이다. 이 질환은 겨울처럼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는 시기와 밤낮의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통증이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심장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심장은 가슴 통증으로 신호를 보낸다.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을 느낀다. '꽉 누르는 아주 둔한 통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픈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수 분간 통증이 지속하면 심장병일 가능성도 있다.

오른쪽 가슴 또는 상복부가 체한 것처럼 답답하거나 무겁게 느껴지면서 갑자기 숨을 쉬기 힘들어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가슴 통증과 함께 호흡곤란이 나타날 경우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급성 심근경색의 25% 정도는 가슴 통증이 나타나지 않고 구역, 구토 증상만 있다. 이런 증상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 소화불량이나 위산 역류 등으로 생각해 지나치기 쉽다. 가슴의 이상증세와 함께 메스꺼움이 있다면 심근경색 초기증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심근경색 환자가 목 부위가 답답하고 왼쪽 팔이 아프다며 정형외과를 찾는 경우도 있다. 고령 환자나 당뇨병 환자, 여성 환자에게서 이런 증상이 많아 나타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짧게는 30분에서 1~3시간, 길게는 1~3일 정도 통증이 지속하기도 한다. 특히 앞가슴에 심한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하고 강함 불쾌감과 함께 식은땀이 나면서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나면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 '통증 30분 이상' 병원을 찾아라

이런 증상이 운동이나 심한 스트레스와 관련되어 나타나는 경우는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증상이 아주 심하고 지속기간이 30분 이상으로 길면 빨리 병원을 찾아 필요한 검사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흉통으로 병원을 방문하면 심전도 검사를 하고 혈액검사와 심초음파 등을 시행한다. 정밀한 검사로 방사선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심근관류검사, 심장컴퓨터단층촬영 등도 진단에 사용할 수 있다. 심한 흉통이 지속되고 심전도검사로 급성 심근경색증이 의심되는 경우는 다른 검사 없이 바로 응급 관상동맥조영술을 통해 병변을 확인하고 재관류시술(막히거나 좁아진 혈관을 열어주는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남 교수는 "과거엔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30대에서도 심장질환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부족, 지나친 음주나 흡연, 스트레스 등 이전과 달라진 생활습관이나 환경이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며 "남자 가족 중 55세 이전에, 여자 가족 중 65세 이전에 심혈관 질환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50% 정도 증가하고,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흡연 등이 혈관질환의 위험 인자"라고 설명했다.

◆ 환절기 야외운동, 주의해야 한다

심근경색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금연, 절주(금주에 가까운), 식이조절(저지방·저염·고단백식)과 체중 조절,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적절한 운동은 기본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도 철저한 준비운동을 하고 운동강도는 자기 운동능력의 50%에서 시작해 85%까지 점차 증가시켜 나가는 것을 권하고 있다. 심장질환 환자가 과격한 운동을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가벼운 운동이라도 추운 날씨나 스트레스를 높이는 환경에서 이루어질 경우 심장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식사 후 바로 야외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식후 소화를 위해 장으로 혈류를 보내기 위한 심장의 운동이 늘어나는 시점에 신체 활동까지 더해지면 심장에 무리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남 교수는 "기온차가 심한 환절기에 외출하게 될 경우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쓰는 등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서 나가는 것을 바람직하다. 또한 평소 아침 산책이나 운동을 해온 분들도 추운 날씨에는 운동량을 줄이거나 해가 뜬 후에 하는 것이 좋다."면서 "운동할 때 가슴 부위가 답답하거나 통증이 느껴지면 즉시 심장내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남창욱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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